손수 배달 원칙…경험과 부지런함으로 승부
장날이라 읍내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합천시장 옆에 자리잡은 제일농약사도 약제를 사러온 손님으로 문턱이 닳았다. 백운호(56) 대표는 배달을 나가고 없었다. 진주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제일농약사지만 그는 아직도 손수 배달에 나선다.
배달을 마치고 들어온 백운호 대표의 얼굴은 농부와 같은 건강한 구릿빛이다. 농약사에서 배달은 단순한 물품 전달의 의미를 넘어선다. 농작물과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대화가 오가므로 설명과 상담의 자리가 된다. 또 편안한 분위기에서 신제품에 대한 소개나 홍보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배달 나간 백 대표가 농약사로 복귀하는 시간이 자주 늦어지곤 한다.
“진주지역은 수도작이 많고 하우스에서 딸기, 수박 재배가 늘었습니다. 노지 양파도 전국 순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농업인을 만나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을 계속해 왔어요. 제가 그분들께 배운 것이 훨씬 많지요. 사업도 농사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큰 밑천이 됐습니다.”
농고를 졸업한 그는 처음 유기질비료회사에서 일했다. 영남지방의 양잠 농업인들이 주고객이었는데 이들을 1년 반 동안 만나며 나름 영업의 감을 잡았다.
그의 사업 초기 자본은 500만원. 돈이 없어 빌려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농약 홍보하고 배달하며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이 났다.
“큰 이익에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제품을 필요로 하는 농업인 한 분 한 분이 제겐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죠.”
그의 사업이 날개를 달게 된 것은 이듬해 지금의 아내 안외자(52) 씨와 결혼하면서부터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커졌지만 진정한 인생의 우군을 얻고 나니 마음이 든든했다. 안외자 씨는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사업을 돕고 있다. 매사 꼼꼼하고 치밀하게 일을 챙기는 스타일인 백 대표에게 시원시원한 성격의 아내 안 씨는 천생배필이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고객의 성향과 제품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또 과거에 비해 약제에 대한 작물의 내성이 높아져 농약 제품 추천도 더 까다로워졌다.
“예전에 비해 농약 단가가 높아졌고 제품의 적용이 더 세분화되어 전문성이 좋아진 대신 농가의 부담이 커진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방하는 사람의 능력과 판단이 더 중요해졌죠. 농업도 사업이라 생각하고 그 분들의 애로점을 함께 고민합니다. 특별한 방제 비법은 없어요. 그렇지만 제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농업인들이 고령화 되면서 사용 편이성도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 약제를 추천해 드리면 반가워하십니다.”
그는 농약회사가 사용자의 입장과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고 소포장 등으로 포장에 있어서도 편이성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농약사가 지속적으로 잘 되기 위해서는 농업이 잘 되고 농업인들이 높은 수익을 올려야 가능하다. 단순한 고객이 아닌 동반자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자는 것이 그가 30년 경험으로 체득한 경영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