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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연구소가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


혁신의 생태계 키워주는 농업정책 요구

민간 농업연구소 GS&J인스티튜트가 매년 가을 개최하는 심포지엄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농업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는 행사로 알려졌다. 이정환 GS&J 이사장은 수많은 도움과 격려가 있었기에 쉽지 않은 민간연구소의 길을 지난 9년간 걸어올 수 있었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난 4일 열린 ‘2014 농업·농촌의 길’은 GS&J의 색깔이 잘 드러난 심포지엄이 되었다는 참석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농업개방의 현실에서 한국 농업과 농촌의 갈 길을 모색하는 농업 전문가들의 고민과 토론의 마당이 펼쳐졌다.


그리고 플러스알파가 있었다. 행사 초대장의 ‘펄펄 뛰는 지식 장터’라는 표현에 걸맞는 디테일이 보였다. 건축가 승효상의 아침 인문학강좌, ‘아름다운 것은 잊히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개막영상, 오찬 중에 불쑥 등장한 게릴라세션 등 흥미로운 장치들이 돋보였다.


“대중음악, 노자철학 등 해마다 강의 내용은 달랐어요. 그런데 설문조사를 해보면 의외로 아침 인문학강좌가 가장 좋았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기업경영에서도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잖아요. 농업도 논과 나무만 쳐다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농촌 현장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습니다. 생각과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해요.”


연구소의 생명은 독립성 유지
이정환 이사장은 삶의 대부분을 연구소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년 동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재직했고 부원장을 거쳐 9대 원장을 역임했다. 농경연 퇴직 후 2005년 GS&J를 설립하면서 연구인생의 대가로 받은 퇴직금 전부를 내놓았다.


“저는 연구소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바뀌려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연구소입니다. 또 연구결과가 발표됐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들의 믿음이죠. 그러려면 탐구하고 통찰하는 내적 노력이 중요한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연구소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해요. 그건 정부나 기업, 단체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가능합니다. 사실관계를 바르게 판단해서 정확하게 알리고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연구소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는 1927년 미국의 기업가 로버트 브루킹스가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세계적인 씽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를 예로 들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저력은 어떤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연구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뒤에는 다수의 소액 후원자들의 지원이 존재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민간 연구소 GS&J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김명환 농정전략연구원장과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의 진용을 갖추고 연구소의 제2기 출범을 선언했다. 의욕적인 연구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구소의 본분을 다하는 한편 후원금 모집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혁신적인 농업 생태계를 만들자”
이번 심포지엄의 대주제는 ‘농정개조와 새로운 가치창출’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농업·농촌 관련 국정과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농업의 6차산업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촌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 과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과거와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목표를 설정한 후 자금지원 사업을 만들고 규정에 맞는 조직이나 농가를 선발해 지원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최근 강원도 평창의 산길을 구비돌아 한 카페를 찾아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런 곳에 과연 카페가 있을까 싶은 산골에 자리 잡은 카페의 운치에 젖어 결국 그 마을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민박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농업보험이나 직불제와 같은 제도, 환경과 안전관리 등에 힘쓰고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은 지자체에 맡기는 방안을 찾아야 해요.” 직접 나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농업인이 자발적으로 혁신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은 GS&J 설립 10주년의 해 
GS&J는 작지만 큰 연구소다. 상근직원은 서너 명에 불과하지만 농업·농촌·식품 등 각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25명의 연구위원이 포진해 있다. 학자, 전문가를 연결해 최대의 연구능력을 발휘하고 연구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는 것이 GS&J의 목표다.


“내년 GS&J가 고민하게 될 주제는 실질적 타결이 선언된 한·중 FTA의 후속문제, 극단적으로 표현해 난맥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직불제도의 체계화와 합리적 운영, 쌀관세화에 따른 정부의 쌀 관리정책 등이 될 겁니다. 농자재, 사료 등 농산업 연구를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어요.”


민간연구소의 안정적 재정에 도움이 되는 용역연구사업도 추진하지만 주문기관의 장단에 맞췄다가 연구소의 독이 될 수도 있기에 운영의 묘를 살려나갈 계획이다.


이정환 이사장은 내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GS&J의 성장은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조력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10년 또한 믿을 수 있는 연구소,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연구소가 되기 위한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원 hiwon@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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