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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유통

채소값 폭등, 낡아빠진‘농안법’ 개선부터 시작해야...

생산자도 가격결정권 갖는 신유통체계 마련 시급

 

올 해 추석을 앞두고 배추가 한 포기에 1만원하고 시금치가 한 단에 7000원을 넘게 폭등했다는 뉴스가 연일 되면서 가득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고 있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농축수산물 가격동향을 주요 관심사로 다루긴 했으나 대부분의 품목이 정상적 가격수준인데도 불구하고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이 40% 가까이 줄어든 고랭지배추와 출하량이 너무 적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시금치를 가지고 채소값 폭등을 운운하는 것이 너무 지나친 호들갑이 아닌가 싶다.

 

배추값 호들갑에 쌀값 폭락 방치

국민 모두가 채감 했듯이 올 여름의 폭염은 유난했고 거기에 여름가뭄까지 겹쳤으니 수분이 90%인 배추가 제대로 자랄 리 만무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농산물가격에 대한 걱정을 고랭지배추 500톤 폭등 문제가 아니라 쌀 400만톤 수매가 폭락을 더 큰 문제로 여기고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언론도 정부도 쌀 가격 폭락에 대한 염려와 대책은 없고 몇 톤 안되는 고랭지배추 가격폭등에만 온통 호들갑을 보이면서 가득이나 쌀값으로 분통터지는 농민들 마음만 심난하게 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 추석 전에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는 관행이야 필요한 것이지만, 채소값 폭등 때마다 뻔히 나오는 유통단계 문제, 중간상인 폭리 등 단골 메뉴들이 해마다 똑 같이 반복되기만 할 뿐 개선되는 것 하나 없다는 것 또한 특이한 상황이다.

 

경매로 가격결정하는 농안법 개선이 먼저

농민과 농협은 생산 수확된 농산물 대부분을 정부가 개설한 공영도매시장에 출하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영도매시장의 가격결정방법이 경매만 하도록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으로 제한하다 보니 수요에 공급이 5%만 넘어서도 가격이 폭락하고, 5%가 모자라면 폭등하는 가격불안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은 경매결과를 지켜보기만 할 뿐 흥정도 절충도 불가능하다. 농민들은 자기 농산물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박탈당한 채 지금까지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거래하고 있다. 이렇듯 평시에는 헐값부족 시에는 폭등을 반복하는 경매라는 거래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면서, 채소값 폭등을 해마다 유난이 과장된 호들갑을 떨며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하는 정부와 언론의 태도가 이제는 한심함을 넘어 지겹기까지 하다.

 

유통비용에 대한 현실인식 필요

유통단계 문제도 그렇다. 농촌에 인력이 부족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농민들이 밭떼기 즉 포전매매를 하고 산지유통상인과 도매상인들이 수확, 상차, 운송, 하차 등 작업을 통해 도매시장에 경매로 출하하는 현실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또 도매과정과 소매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매마진과 소매마진까지 붙으면 산지가격에 비해 2~3배 가격으로 소비자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중간상인들 폭리만 비난하는 단순한 비판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진정으로 채소값을 비롯한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꾀하고 싶다면 우선 시대에 뒤떨어진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고 발달된 기술과 조직력을 통해 가격안정체계를 구조적으로 갖춰야 한다. 독점적인 경매거래를 폐지하고 행정과 농협 조직의 정보수집력을 동원해 품목별 작황조사와 수확량 예측 시스템을 발동하고, 출하 집중시기와 소비 집중시기에 맞춰 가격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시행하면 된다.

 

농안법, 시대따라 환경따라 변화필수

농민들에게는 계약재배 인센티브와 계약해지 페널티를 좀 더 강력하게 도입하고, 과잉생산과 과다출하가 예측될 때는 산지 폐기와 작물전환을 유도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도매시장 거래방법을 다양화하고 품목별 계절별 농민도매직판장을 개설, 운영하여 농민들에게 가격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창고보관과 교통정보수집 및 정보교류 등 농업주변환경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고, 농민조직과 생산자단체의 거래교섭력이 충분하게 자주적 결정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여전히 농안법이 정한 거래제도는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 법에 따라 경매거래를 독점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이 가만히 앉아서 경매수수료 수익을 취하는 것이 여전하고, 산지유통상인과 직거래하는 중도매인이 경매를 했다고 허위신고를 하는 것도 여전하다.

이제 가락시장도 낡은 시설을 버리고 시대에 부응하는 현대적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탈바꿈하고 농수산물유통공사와 같은 전문유통기관이 공영도매시장을 관리운영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제도를 개선하고 도매시장 내 농민도매직판장과 같이 다양한 유통주체가 저마다 특성 있는 거래방법을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농안법을 개정해야 한다.

 

새로운 농수산물 유통 혁신으로 농산물 폭등과 폭락으로 걱정이 없이 농민도 웃고 소비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풍성한 나눔이 있는 추석이 되길 소망한다.

 

2016. 9. 13.

최 철 원 정의당 정책위원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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