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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농기자재산업 ‘독립정책’ 절실

농업정책 내 ‘보조정책’ 이제 그만! 규모에 걸 맞는 전담부서 신설...인력확보 ‘숙원’

 
세계 주요 농식품 수출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 경쟁력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MB정부의 국가전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농식품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1차산업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이를 위해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IT(정보기술) 등 첨단기술을 농식품 산업에 접목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제1차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2010~2014)’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농업, 수산업, 식품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4년까지 5조90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1차산업을 미래의 성장 동력산업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 산업에 5년 동안 6631억원을 투입해 우수한 종자와 종묘의 생산을 체계화해 종자 강국이 된다는 목표다. 농림수산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토록 4173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종자와 비료·농약 등 농자재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지원을 강화한다는 이번 방침은 농자재업계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조치로 보여 진다. 다만 농자재업계는 또 다시 계획으로만 그칠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2008년 말 ‘강한 농식품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농자재산업 발전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대책은 국산 농자재개발과 수출 등을 위한 보조·R&D 사업을 강화키로 하고 2012년까지 보조금 1조9000억원과 융자로 3조7000억원 등 총 5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농자재업계로서는 농자재산업에 대해 처음으로 제시된 정부 대책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 대책은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행여부도 불투명하다. 오직 농자재업계 만이 “언젠가”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농자재 비중 감안한 독자적인 정책 마련
2008년 말 발표된 ‘강한 농식품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농자재산업 발전대책’에 대한 농자재업계가 걸었던 기대는 투자계획 보다는 농업정책에 끼워 넣기 식 대책이 제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자재산업을 위한 최초의 농자재산업정책으로 농기계, 종자, 화학·유기질비료, 농약, 시설자재 등 각 산업별로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더라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대책이 대책으로만 끝나면서 농자재산업정책은 또 다시 농업정책에 일부 포함돼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농식품부의 2010년 청와대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농자재산업 관련 정책은 농업경영비 및 에너지절감 차원에서 농업정책에 일부 포함돼 발표됐다.

이에 따라 농자재산업의 경쟁력제고를 통한 농업의 후방산업으로서의 역할과 독자적인 산업으로의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농자재산업정책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농자재업계의 바람이다. 농자재업계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의 관할을 받고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에 별도의 농자재산업정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종자와 비료, 미생물 등의 농림수산바이오산업은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정부도 R&D 지원 확대 등의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그동안 농업정책에 의해 농자재산업이 관리됨으로써 농자재산업의 관장업무를 농식품부가 담당해 왔다. 지경부와 중기청도 농업분야라는 점에서 종합적인 농자재산업정책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농자재산업에 대한 지원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다.
 
농자재산업을 농업정책에 포함해 좌지우지되기 보다는 별도의 농자재산업정책을 마련해 육성해야 한다는 견해는 농림수산업 생산 가운데 농자재의 비중에 잘 나타나고 있다. 농자재의 비중은 1990년 19.0%에서 2005년 26.7%로 증가했다. 전체 산업규모도 11조1000억원으로 축산업에 버금간다. <표 1>

“농가경영비 부담에 따라 농자재산업의 성과와 영향력이 턱없이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발전의 원동력이 농자재산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습니다.” 농업정책 내의 농자재산업정책이 아닌 별도의 농자재산업정책 마련을 주장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강창용 기획실장의 말이다.

11조1000억···성장산업, 전담부서 없어
지난달 23일 발표된 ‘제1차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2010~2014)’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자산업 육성과 함께 비료와 농약 농림수산바이오산업에 대한 집중투자가 이뤄진다.
 
또 기관별로 분리돼 있던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R&D 정책을 총괄한 최초의 마스터플랜이라는 것과 민간투자 규모도 3배 이상으로 확대해 선진국 대비 67% 수준인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R&D 역량을 2014년까지 8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농식품분야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특히 유통과 식품, 바이오, IBT, 문화 등 생명산업과 농어업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농자재산업 분야의 핵심기술 개발에 연평균 31%씩 증액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R&D 정책이 농자재산업 육성을 강화한 R&D 정책이라고 애써 자위해도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2008년 말 발표된 농자재산업 발전대책의 핵심이 농식품부 내 농자재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전담부서 ‘농자재산업과(가칭)’신설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분류(기계·화학·생명산업 등) 및 관리체계상 소관 부처가 분산돼 농식품부 단독으로 효율적 산업육성책 추진에 한계가 있어 전담부서 부재를 해결과제로 인식했다. 농식품부의 계획대로 농자재산업과가 신설될 경우 각 산업별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지만 행정안전부의대국대과제(大局大課制) 원칙에 따라 무산됐다.

총성 없는 ‘종자전쟁’을 대비한 ‘종자산업 발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종자산업육성TF를 구성하고 농림수산식품부내 ‘종자산업과’ 신설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대국대과제 원칙에 발목을 붙잡혀 무산됐다. 농식품부는 2010년에도 ‘종자산업과’ 신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농자재산업과의 신설의 무산으로 정부조직 내 농자재산업의 관장업무는 분산돼 있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또 농기계는 농산경영과, 종자는 종자산업육성TF, 비료와 농약은 친환경농업과, 온실시설은 채소특작과로 분산돼 있다. 특히 축산기자재와 온실부자재는 담당과 자체가 부재한 실정이다.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감안할 때 정부 내 농자재산업과의 신설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종자산업과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농기계와 비료, 친환경농자재, 사료 등 전체 농자재산업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정부 내 ‘농산업국’ 또는 ‘농자재국’을 설치해 농자재산업정책을 주관해야 합니다.” 관련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임업·수산업 합한 규모 2배···‘장사꾼’ 치부
농림수산업 성장에 대한 농자재의 기여도가 1990~2000년 31.0%에서 2000~2005년 55.8%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지난 15년간 농림수산업의 생산은 22조원에서 42조원으로 약 1.9배 증가했지만 농자재산업은 이보다 빠른 4조2000억원 규모에서 11조1000억원 규모로 2.6배 증가했다. <표 2>
 
이 같은 농자재산업 규모는 임업과 수산업을 합한 규모의 2배 수준이고 축산업 규모와 버금가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농자재산업이 1차산업과 생명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농자재산업의 성장은 농업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농자재산업을 보는 정부 내 시각은 여전히 ‘장사꾼’으로 치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4일 대전시청 강당에서 유기질비료업체를 대상으로 ‘2010년도 유기질비료 지원사업’과 ‘품질관리 강화 대책’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는 유기질비료업계로서는 혁명수준과도 같은 사용원료와 품질등급별 가격 차등지원을 골자로 함으로써 관련협회장과 생산업체 대표 등 400여명이 이상이 참여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실무자만 참여해 일방적인 통보형식으로 설명회를 마쳤다.

중소규모의 업체가 대부분인 유기질비료업계라 해도 친환경농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자재로서 1조 시장을 향해 순항하는 시장규모와 2000억원이 넘는 보조예산 등을 감안할 때 실무자를 통한 일방통보는 업계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전문인력 확보···‘농자재관리단’ 탄생기대
이뿐만이 아니다. 농자재업계는 단순히 농자재를 판매하는 집단으로 보기보다는 전문가집단으로서 농업과 농민을 위해 최후방을 지키는 보루로 봐야한다.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농자재산업의 고용인력은 2만5000여명 내외에 달한다. 농촌지역의 65세 인구가 평균 25%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농자재업계에 근무하는 전문인력들은 단순히 장사꾼이 아닌 1차산업계의 절대적 우군이다. 그에 따른 농자재업계와 종사자들의 대접과 위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농자재업계가 규모에 맞게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농자재산업정책을 다루는 인력은 제자리수준이거나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농자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여러 업무를 같이 보면서 업무과중과 함께 너무 잦은 인사로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자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담당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농진청도 비료, 농기계, 농약과 농약외품 등 농자재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것에 비해 인력이 부족합니다. 농자재관리단 설치 여부 등에 대해 외부에 연구용역을 준 상태로 결과가 곧 나올 것입니다.” 이광하 농진청 농자재관리과장도 공무원의 담당인력 부족과 정부 내 농자재산업을 아우르는 조직의 탄생에 대해 같은 의견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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