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과 국내 채소값의 급등락의 첫 번째 원인을 이상기후에서 찾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도 기후변화가 농업의 생산성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에 대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과 관련업계에서는 온난화에 대응한 신소득작물 및 품종개발, 차세대 광원인 LED(발광다이오드)의 농업분야 적용, 일조량 부족 해결을 위한 광합성촉진제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기후변화에 대응기술과 자재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과 자재는 이미 변화하기 시작한, 변화될 경우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전문가들은 온난화와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저탄소 농업’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 2012년까지 주요 농축산물 및 농자재에 쓰이는 원료와 이산화탄소(CO₂) 배출물질 자료가 집적되는 ‘국가 농산물 투입산출목록(LCI : Life Cycle Inventory)’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식생활분야의 ‘탄소표시제(탄소성적표시제)’ 도입 기반을 쌓기 위한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농축산물을 비롯해 농자재에 쓰이는 원료와 배출물질의 기본 입출력 자료를 통해 제품생산에서 사용 때까지 이산화탄소 정보를 한눈에 파악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도 농자재와 관련해 무조건적 자원순환이 아닌 탄소 성적을 조사해 좋고 나쁨을 가려내 친환경적 자재임을 판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빠른 시일내 141개 품목에 대해 탄소 성적을 제시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
이 과장은 또 “유기농업이던, 관행농업이던 사용되는 자재에 대한 탄소 성적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제조과정 등 전 과정을 평가하게 되고, 이때 불법과 엉터리 제품을 골라 낼 수 있다”면서 “농업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자재를 사용했느냐 여부를 조사해보면 보다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농업·농산물 개념 달라져야 탄소표시제는 제품 1개의 제조, 운송, 소비,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탄소발자국 라벨 형태로 표기해 이해 관계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장 주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친환경 제품의 구매와 기업의 친환경 제품개발을 촉진하게 된다. 공공기관에서 이에 대한 객관적 심사과정을 거친 후 인증하게 되며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생산자들이 새로운 기술, 녹색기술을 도입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으며 지난해 처음 국내로 도입됐다. 특히 농식품분야의 탄소표시제는 계획을 수립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
탄소표시제가 본격 도입되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개념과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친환경농산물은 유해여부에 대한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오면서 환경·기후변화에 미치는 여부는 검토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탄소표시제가 본격 도입되면 단순히 친환경품질인증만으로 제품의 친환경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농산물 생산 과정에서 사용된 퇴비 등 유기질비료, 단비와 복비, 맞춤형비료, 농약, 이앙과 수확, 유류 및 전기에너지 사용 여부, 수송거리 등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달라진다. ‘저탄소 농산물’, 즉 친환경농산물로의 분류는 어떤 농자재를 사용하고 수송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탄소 성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 과정 투입산출 목록 구축 선행돼야 민간 농업전문연구기관 GS&J(이사장 이정환)가 발간한 ‘탄소라벨링 시대의 도래:농수산식품 분야의 경우’ 보고서에서도 이력추적관리제, 원산지표시제, 친환경농산물인증, 우수농산물인증 등 기존의 농산물 인증제도는 원료재배, 제품생산, 수송, 유통, 폐기 등 농산물 및 가공식품의 전 과정에 대한 안정성 및 환경성 관련 정보 제공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농식품에 탄소라벨링을 하게 되면 국내 제품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국내산 농식품의 소비촉진에 기여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산물의 전 과정에 대한 투입산출 목록(Life Cycle Inventory, LCI)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농식품분야 탄소표시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저감된 탄소로 인해 농가의 소득이 늘어나야 가능하다. 특히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모아진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농산물 생산이 필요하고 이에 사용되는 농자재도 저탄소 농자재여야 가능하다. 결국 저탄소 농자재의 경우 개별 납품이 아닌 대규모 납품이 이뤄져야 탄소를 감축하고, 탄소배출권의 형태로 판매가 가능해 진다. 이는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자재의 경쟁력이 크다는 것을 대변하는 부분이다. 탄소배출권 거래…농업분야 성장동력 현재 탄소표시제도는 환경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하는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제품은 ‘저탄소 인증’을 받을 수 있고 저탄소 인증 제품은 친환경상품에 포함해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환경부는 탄소표시제와 별도로 저감노력을 반영하는 ‘저탄소 상품인증’ 사업도 펼친다는 계획이다. |
한 살림의 ‘가까운 먹을거리 표시제’는 해당 품목은 물론 국내로 수입되는 비교 품목의 이동거리와 탄소배출량 등에서도 상세히 알 수 있다. 탄소표시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 친화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저탄소배출 제품 생산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닌 탄소저감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함으로써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 저감 노력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현재가 국내 농자재업계에서의 저탄소 제품 생산은 일부 유기농자재에 국한하는 등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농자재업계에서도 저탄소 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농진청에서 농자재 제품에 대한 탄소성적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여기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2011년 시범실시 후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면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농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분야의 경우 1차 농산물의 생산 및 유통 단계별 원단위 탄소배출량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탄소배출 거래 시도를 위한 탄소표시제 도입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분야 탄소표시제 활성화는 곧 바로 농자재산업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덕배 농과원 기후생태과장은 “탄소 배출권 거래가 도입되면 농업은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원이 될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도 경영체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질소비료 투입 저감 등 저탄소 농자재 사용 등을 통해 감축된 탄소배출권을 대기업 등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용되는 농자재 모두 드러나 농업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료 채취와 조사가 병행된다. 농진청이 발간한 ‘우리나라 농경지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에 따르면 우선 지역 위치를 포함하는 위도, 경도, 평균 고도에 대한 위치 묘사를 포함한 지형자료, 유기물 투입시기 및 양, 제초 등 작물재배 방법과 주요 작물시기(이앙, 출수, 수확일)도 조사돼야 한다. 또 시료 채취 시간의 지온, 기온, 산화환원전이 등도 측정돼야 한다. 여기다 비료종류, 시비율(화학개량제 포함), 시용방법 및 시기, USDA 토양 분류법 또는 FAO/UNESCO 토양 분류에 따라 분류된 토성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토양 특성, 물 관리(담수일수와 간단관개), 배출에 대한 유기개량제의 영향(개량제의 종류나 양), 벼 품종, 생육시기별 특이 할 만한 식물 매개변수, 수량, 수확지수 등도 함께 조사된다. 이 같이 농식품분야에 탄소표시제 도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조사와 함께 사용되는 농자재 모두가 드러나게 된다. 친환경농자재의 여부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부분으로 기존의 친환경농자재 관리보다 엄격한 농자재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진다. 탄소배출 저감 기술·자재 개발 필요해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저감은 농경지 물 관리 방법 개선, 시비량 저감 등 타 산업보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 국가별, 산업별 온실가스 의무량이 결정되고 2012년 탄소배출량 거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산업으로서 농업의 역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6년 기준 OECD국가중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 순위에서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에 이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배출량 순위는 12위에 달하고 있어 농업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
퇴비관리 방법으로는 메탄생성 방지를 위한 냉각법, 질소 배출 차단법, 질소고정 억제제 사용, 혐기적 분해기술 개발 등이 있다. 축산분야는 미생물 관련 반추위내 환경변화 기술, 첨단 육종과 복제기술 활용, 메탄의 분리 포획이 가능한 사육시설 개발 등이 제시되고 있다. 농기계와 시설원예자재 업계는 90% 가량을 유류 등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IT 등 신기술, 신소재 등과 접목된 고효율 에너지 절감형 자재 기계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시설원예자재와 농기계 개발노력이 이어지는 점도 탄소표시제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탄소나노튜브(CNT) 복합재를 응용한 농업용 멀칭필름과 비닐하우스 덕트 등의 개발이 이뤄져 주목받기도 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하면 기존 제품에 비해 30%의 에너지 절감효과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지온상승을 통한 농작물 생육발달 등의 장점이 있다. |
탄소배출에 대한 관심은 국가를 넘어 개인에게 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는 탄소배출 저감 제품이 시장과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변수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으로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과 산업은 퇴출 될 위기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농업과 농산업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과 자재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덕배 농과원 기후변화생태과장은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및 농산물·농자재에 대한 탄소배출량 산정 등 국가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