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산
요즘 ‘선정산’이란 용어가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심심찮게 보인다. 선정산이란 말은 미래에 예정된 대금의 결제일보다 앞당겨 치른다는 뜻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그 말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읽으면 대금 결제를 약속한 구매자가 결제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구매자를 대신해서 판매자에게 대금을 미리 결제한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제3자란 주로 금융기관이나 선정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업체가 해당한다.
선정산이란 용어를 자주 듣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꽤 통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업체로서는 그만큼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운전자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이고 자금공급자로서 ‘선정산’이란 다른 대출상품보다는 대금변제의 원천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선정산이란 대금결제의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그 특징을 표현한 용어로, 자금의 회전을 촉진한다는 뜻을 강조하는 말이기에 소비자에게 쉽게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 보인다. 그보다는 공급망 금융이라는 말이 그 취지에 더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급망 금융에는 매출채권담보 대출, 어음할인, 팩토링 등이 있다.
이 글에서 각 금융상품의 내용과 특징을 말하며 설명하는 것은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온투인(이하, ‘온투인’)이 취급할 예정인 농수산식품 관련 매출채권담보 대출 관련, 그 가운데에서도 오프라인 매출보다는 매출의 신뢰성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담보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매출채권을 활용한 공급망 금융상품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지난 연재에서 언급한 농수산식품 시장의 전체 규모 중에서도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거래 규모와 추이를 보면, 농수산식품의 거래액은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약 16%(2020년)에서 17%(2022년)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농수산식품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온라인 쇼핑 전체의 성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장을 보인다. 즉 농수산식품의 거래액은 2020년 25.1조 원에서 2022년 36.1조 원으로 연평균 약 20%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농수산식품 시장 규모의 높은 성장세만큼이나 시장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운전자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운전자금의 공급은 수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지난 연재를 통해 살펴보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 초기에는 내부자금의 비율이 높아도 사업체가 성장하면서 내부자금의 비중은 줄어들고 외부 자금의 조달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업체의 재무적 수치 등 외형 중심 대출심사의 관행은 자금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투인이 준비하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공급망 금융상품은 운전자금이 필요한 농수산식품 종사자분들에게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사업체는 매출채권의 회전율을 높임으로써 판매대금을 효율적으로 현금화하여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다. 즉 묶여있는 자금을 최소화하여 사업체의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공급망 금융상품의 특장점
공급망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단순히 공급망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품의 취지를 살려 시장에 대한 책임 있는 주체로서 이용자(투자자와 차입자)를 위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에 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온투인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기획한 공급망 금융상품은 이용자에게 몇 가지 특징과 장점을 가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먼저, 투자자에 대한 공급망 금융상품은 온투업체가 법령상으로 취급할 수 있는 다른 상품군들보다 원리금 상환의 안전성에 있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판매가 확정된 매출을 활용한 매출채권담보 대출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온라인상에서 농수산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공급자(Seller)의 매출 취소율 즉 반품률에 대한 통계치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것과 판매실적의 신뢰성이 낮은 공급자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느냐는 것, 그 외에도 매입처(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의 신용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물론 공급자에 대한 대출실행과 동시에 공급자의 매출채권에 대한 양도담보권의 확보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선제 조치이다. 이 문제점들에 대해 매입처에 대한 평가, 반품률을 참작한 적정 실행대출액의 산출과 일정 기간 이상 동일한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판매실적 경험 등이라는 조건을 가미하기 때문에 대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고 사기적 거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설령 판매대금이 매입처로부터 회수가 되지 않을 때도 공급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소구권(遡求權)이 있는 계약을 통해 대금 회수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차입자에게 절차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서비스를 갖춘 금융상품이라는 것이다. 차입자는 대출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대출 신청과 관련한 필요 최소한의 절차만 거치면 다음 단계의 각종 증빙 서류의 제출 등은 관련 기관들과의 연결을 통한 후 자체적으로 확인 및 검증을 시행하여 차입자가 느끼는 불편은 없애고 비용 발생은 최소화하는 공급망 금융상품을 선보이려 한다.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공급망 금융상품은 이른바 선정산 전문업체라고 불리는 비금융기관 즉 핀테크 업체와 비교할 때 금리 측면에서 우위성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정산 전문업체는 자체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공급자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업체의 조달 자금이란 주로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금으로서, 해당 업체는 조달한 자금에 자신의 마진(Margin) 을 더해서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있다. 그에 반해 온투인이 제공하는 공급망 금융상품은 투자자의 자금 그 자체가 차입금으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이용자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금리경쟁력을 갖고 있다.
신뢰받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응당 추구해야 할 이용자들의 혜택 증진을 위해 투자의 안전성, 서비스의 편의성, 비용의 최소화라는 원칙에 따라 그 기본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금융상품을 기획하게 되었다.
상품전략에 관한 생각
매출채권을 활용한 공급망 금융상품을 필두로 앞으로는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차츰 확장하여 다양한 형태의 금융상품을 단계적으로 기획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원칙과 기본적 가치를 반영한 상품군들이 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이 만들어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란 이용자, 즉 소비자 보호라는 대전제 아래 설계되어야 한다.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어떤 접근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기획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첫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학창 시절부터 들어왔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반 이상 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뜻으로 알아 왔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은 반이 아니고 시작은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시작이 반이 되고 전부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실천과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 상품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되는 상품들이 여러분의 신뢰를 받으며 여러분과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