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월 불공정한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본질적인 역할을 물가안정과 연동시킨다는 방침아래 물가불안 품목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해 왔다. 공정위가 제시한 담합 감시 품목에는 △농·축산품, 가공식품 등 서민생활 밀접 품목(김치, 두유, 치즈 등) △농자재 등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비료, 농약 등)이 선정됐다. 공정위는 또 지난 16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불공정행위 근절과 경쟁촉진방안’ 보고를 통해 농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농산물 가격을 올리는 비료와 농약 등 필수 농자재 담합행위에 대해 제재를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미 비료, 농약, 상토, 농업용 필름, 농기계 등에 대한 담합 조사를 통해 농자재업계를 전방위에서 압박해 왔다. 지난 3월에는 17개 상토업체에 대해서 지역농협 등에 제공하는 추가 장려금 지급 상한선을 담합했다는 이유를 들어 총 10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4월에는 비닐하우스용 농업 필름을 제조·판매하는 12개 업체에 22억7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들 12개 업체가 2008년 2월 총회에서 시장안정화 방안을 마련한 뒤 농협중앙회와 체결하는 계통가격, 지역농협과 체결하는 추가할인, 민간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을 각각 담합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8월 24~25일에는 농기계업체에 대한 담합 예비조사가 이뤄졌다. 대동공업, 동양물산기업, LS엠트론, 국제종합기계와 농협중앙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등 6개소에 대한 관련 자료를 수거했다. 농약과 비료업체들도 지난 6월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어 향후 결과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농업용 필름, 2007년 비료, 2010년 농약업체 대한 담합행위에 대해 제제를 가한 바 있다. 농자재업계로서는 공정위 가격 담합 조사가 달갑지만은 않다. 상토와 농업용 필름업계는 2008년 극심한 원자재난 속에서도 제품 가격은 큰 폭으로 인상해 폭리를 취한 것도 아닌데 담합행위로 과장금 부당은 과하다고 지적한다. 또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추가장려금을 일정 수준에 제한하려 했던 것도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추가장려금 제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들어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농자재시장은 위탁판매와 농협계통구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수료와 장려금 지급, 출혈경쟁 등도 보다 더 심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공정위의 농자재 담합 조사에서 밝혀지는 논란은 농협 계통구매사업이 중심이다. 공정위 조사의 농자재 담합행위 이면에는 항상 농협의 계통구매사업이 자리해 왔다. 이는 농자재유통에서의 농협의 파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농자재시장은 업계의 마진이 적어지면서 대농민 직접 마케팅과 유통조직을 축소시킴으로써 대형 농자재백화점 등의 위탁판매와 농협계통구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수료와 장려금 지급, 출혈경쟁 등도 보다 더 심화되고 있다. 올해 농기계 계통구매의 경우 수수료와 장려금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농기계업계의 계통구매 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되기도 했다. 농협의 농자재 계통구매사업은 수수료를 챙기면서 제조업체로부터 판매 장려금까지 챙겨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일부 품목의 경우 농협이 시중보다 더 비싸다는 원성을 받기도 했다. 농약사업 제도개선에도 판매 장려금 축소가 첫 번째로 꼽히고 있다. 농협은 올해 지역별로 이뤄지는 추가 장려금을 배제하고 공식 수수료를 5%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는 여전히 추가 장려금이 오간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농협 계통구매가 강화되고 장려금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 될 수록 공정위 담합 조사와 과징금 부과는 매년 되풀이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둘 수밖에 없다. 결국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농협과 농자재업계가 머릴 맞대고 농자재 유통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도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