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9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하 실용화재단)이 농진청 민영화 요구의 대안으로 기형적인 조직이라는 지적 속에서도 박수를 받으며 출범한 것은 이 같은 농업기술 실용화에 대한 열망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2주년 기념행사를 자체적으로 조용히 치룬 실용화재단이 지난 1일 고객·사업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 기능 중심 조직체계를 기능과 고객군 별 사업 중심으로 변경한 이번 조직개편은 의도와는 달리 직원들의 전문 분야를 무시한 자리만 이동한 단순 서열식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전문성을 보다 강조해야 하는 조직임을 감안하면 본부장과 팀장급을 맞바꾸는 부서 이동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크다. 무엇보다 3년차를 맞이하는 실용화재단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한 농업기술의 실용화라는 정체성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비춰지고 있다. 9월말 현재 재단의 직원은 161명(비정규직 73명). 재단이 공개한 이들의 평균 임금이 6300만원을 상회하면서 전체 예산 253억원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육박하는 등 상당히 높은 실정이다. 이는 실용화재단의 상하위직 또는 근무연수별 직원 분포가 적절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도 ‘미흡’ 평가를 받은 이유도 불균형한 직원 분포가 큰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인력분포는 앞으로 10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실용화재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대로 직원들의 전문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농업기술 실용화라는 정체성을 찾고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2년 동안 나타난 실용화재단의 역할은 농업기술의 실용화보다는 농기계, 농약, 비료 등의 농자재 분석업무와 종자증식사업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농촌진흥기관 컨트롤 못해 ‘굳지 않는 떡’과 같이 국민적 관심을 받은 기술도 있지만 이는 농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술거래와 기술평가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용화 실적인 실용화재단 출범 이전과 이후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국감에서는 실용화재단 출범 전년도인 2008년의 특허실적은 354건이었으나 2009년 404건, 2010년은 379건으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용화실적도 2008년 142건에서 2009년 184건, 2010년 185건으로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실용화수입인 기술이전료 수입은 2008년 3억800만원에서 2009년 3억6000만원, 2010년 3억5500만원으로 정체됐다. 2011년 실적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 등 지역 농촌진흥기관에서 개발된 농업기술에 대한 실용화재단의 컨트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농촌진흥기관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업체에 기술이전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
그러나 농업기술 실용화와 관련해 실용화재단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농업기술의 가치는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활용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실용화재단이 담당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3년차에 불과하지만 실용화재단이 그동안 쌓아올린 성과도 만만치 않다. 농림수산식품분야 국내 유일의 기술거래기관, 기술평가기관, 국제공인시험기관(9개 분야)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 및 지자체와의 MOU(업무협약)를 통한 농업기술실용화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별 전문기관으로서 정체성 확보의 기반 구축을 위해 애써왔다. 이와 함께 우수기술 평가를 전담하는 ‘기술평가센터’의 신설로 대출, 보증 등 농식품 기술금융제도 도입,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육성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올해 실용화 실적도 지난해보다 300% 이상 증가했으며 기술이전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이전의 내실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농림수산식품분야 R&D 성과 확산 관리가 실용화재단으로 통합된 점도 앞으로 재단 횡보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재단은 특히 우수기술의 상품화·사업화 촉진을 위해 현장우수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후속지원사업, 민간대행 연구·생산서비스 기관 육성, 기술사업화자금 지원 등 기존의 지원사업을 보완하고 투자규모도 확대하게 된다. 재단에서 운영 중인 벤처창업보육센터도 농업기술 실용화 부분이 큰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 센터는 농산업·농식품·BT분야 예비창업자 및 창업 3년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창업초기 기업의 기술 및 자금부족 문제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또 농업인이나 농산업체가 우수기술을 특허 출원하면 건당 최대 1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기술에 대한 기술평가도 실시해 적정 기술료를 산정,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남 남해군 권영섭씨가 개발한 ‘4조식 비닐피복기’ 기술의 이전을 중개하면서 처음으로 민간개발기술을 민간에 전수하기도 했다. |
실용화재단은 최근 기존 기능 중심 조직체계를 기능과 고객군 별 사업 중심으로 한 4본부(기획운영본부, 기술경영평가본부, 기술사업본부, 분석검정본부), 1단(종자사업단), 16실·팀·센터 체계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최대휴 본부장 및 감사, 이사 등을 새로 선임했다. 재단은 앞으로 ‘농산업의 부를 창출하는 최정예 농업과학기술 실용화 전문기관’이라는 비전 달성을 목표로 농업인·농산업체 등 고객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현장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또 조직개편과 함께 전 직원 희망보직제와 팀장급 공모제 등 혁신적인 인사제도를 동시에 추진해 조직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3년차를 맞이하지만 아직은 재단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보다 잘 닦아나가는 시기”라면서 “5년 이후에는 실용화 실적이 구체적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예산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농업 신기술과 신제품은 실제 현장에 접목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고 상품화까지는 인력과 자금도 필요한 만큼 지금의 재단 예산규모와 조직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 설립의 목적이 농업기술 실용화 제고에 있는 만큼 무조건 기다리기 보다는 실용화 실적을 제고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재단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