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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16년 고추 고집, 고추종자산업의 한 획 긋다

 
- (주)고추와 육종 윤재복 대표
지난 9월 7일 농촌진흥청은 고추에서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탄저병에 대한 저항성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농업분야 전체에서 주목받은 이 성과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낸 장본인은 ㈜고추와 육종 윤재복 대표이다.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을 받은 윤재복 대표의 연구는 16년간 멈추지 않은 끈질긴 노력의 대가였다.

세계 최초 고추 탄저병 저항성 품종 개발은 ㈜고추와 육종 윤재복 대표(43세)와 그 연구진들의 16년에 걸친 땀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1995년 서울대 농대 박효근 교수가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전세계 고추 유전자원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윤재복 대표가 그 곳의 연구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오랜 실험 끝에 1998년 남미에서 수입한 근연종(야생종) 고추에서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어요. 이 종자를 우리 종자와 결합하여 우리가 재배할 수 있는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을 개발하는데 16년의 시간이 걸린 겁니다.”

마침내 올해 농민들이 흔하게 재배하는 고추 시판품종 1개와 ㈜고추와 육종이 개발한 120개 품종을 함께 심었다. 같은 조건에서 시판품종 고추의 90%가 탄저병에 걸렸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된 품종은 탄저병 고추가 10% 미만이었다.

포장에서 발표회 다음날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 개발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고추농사를 망치는 대표적인 주범이 탄저병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이 고추가 특허 출원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상품화가 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윤 대표는 “내년에 전국 주산지별로 100~200군데 재배시험에서 성공을 거두면 2014년 보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 실험재배에서 식물체의 크기와 열매 수량·크기, 고춧가루 적합성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기에 윤대표는 상품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맛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윤 대표는 일단 과학적인 당도 검사 결과가 고무적이었다고 밝힌다.

최근에 다수 품종이 선보인 역병내병계 고추가 전통고추에 비해 단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맛’에 대한 문제는 끝까지 노력해야할 부분임에 분명하다.

고추재배 농민에게 가장 민감한 사항은 아무래도 경제성 문제일 것이다. 그는 “현재 종자가격의 2배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가격이 비싸진 만큼 농민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는 몇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약 비용이 삼분의 일 이하로 줄어들 겁니다. 생물농약만 쳐도 상당한 수량을 수확할 수 있을 거구요. 이제 재배농민도 농가경영분석을 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농약을 적게 친 고추이면서 품질이 뛰어나다면 더 비싼 값이라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는 용이할 것이다.

종자산업은 곧 종자전쟁을 방불케 하는 세계라고 한다. 막대한 자본력과 연구인력을 갖춘 글로벌 종자회사들이 즐비한 종자산업 현장에서 연구원 6명의 종자연구회사가 새 품종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가히 기적에 가깝다.

윤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1998년도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원을 발견했을 때부터 된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탄저병균을 접종했는데도 병이 걸리지 않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끝까지 올 수 있었죠.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거대 종자회사들이 달려들 만큼 고추종자는 큰 시장이 아니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누구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면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하죠.”

탄저병 저항성 고추는 수출용 종자로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은 미국, 인도,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이다. 미국의 경우 사막에서 고추를 재배하는경우가 많으므로 높은 습도가 문제가 되는 탄저병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레곤주 등 일부 주에는 피망을 비롯한 고추 탄저병 발병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남부와 인도 등이 탄저병에 골치를 앓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개발한 탄저병 저항성 고추 종자를 그대로 수출할 수는 없으므로 그 나라의 환경에 맞는 고추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이것 역시 4~5년을 투자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윤대표는 이미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남부에 적응할 수 있는 탄저병 저항성 고추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일은 우리 회사 단독으로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일이죠. 외국에 법인체를 가지고 있는 회사 등 동반회사와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종자수출 목표인 3000만 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추와 육종과 같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작은 연구회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자본력으로는 큰 종자회사들을 따라갈 수 없지만 열정과 기술력이 앞서는 연구진은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둬내기 때문이다. 이번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 개발이 생생한 실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남미고추에서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원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1998년 학계에 보고된 사항이다. 대만에서도 비슷한 실험에 성공한 결과가 나와 있다.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관건은 ‘종간교잡’이었다.

윤재복 대표는 한 단계 더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남미의 근연종과 좀더 가까운 재배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것이다.

“마침내 필리핀, 멕시코 등의 종자 5~6개와의 교배에서 탄저병 저항성 고추의 주두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종자들을 통해 분자마커를 개발하여 우리 품종과 교배하여 성과를 얻어낸 것이죠.”

㈜고추와 육종은 탄저병 저항성 유전자를 뽑아서 DNA 상태에서 검정하는 기술 등 몇 개의 원천기술을 특허로 갖고 있다. 그 기술은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로얄티를 요구할 수 있기에 더욱 값지다.

그는 내년의 전국적인 시험재배에서 성공하면 기업에 기술이전하여 생산이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후 아무래도 종자의 가격을 정하는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는 당장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자산업의 성과를 통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가 되기를 무엇보다 희망한다. 외국의 종자는 비싼 값에 사오면서 우리나라 종자 원천기술의 가치는 폄하하는 풍조는 무엇보다 뛰어넘어야 할 사고의 장벽이라고 본다.

종자산업은 농업의 근간사업이면서 가장 최전선의 싸움이다. 그는 16년을 투자해 하나의 문을 열어젖혔다. 승산이 있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걸음을 준비하는 그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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