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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보호제

[농약시험연구기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질적향상 노력

다국적 분석기업 진출 대비가 가장 중요

국내 농약의 등록시험을 수행하는 시험연구기관들(이하 시험연구기관)이 질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예산을 마련해 용역과제 ‘시험연구기관 관리시스템’과 ‘시험연구기관 인프라구축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개발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4억원, 내년부터는 매년 3억원씩 총 5년간 예산이 투입된다.
시험연구기관은 현재까지 서면 즉 오프라인으로 현황 등의 서류를 제출 받아 관리되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것을 온라인을 통해 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시험연구기관들이 각각 회원가입을 통해 자신들의 현황을 등록토록 해 자동으로 전체 파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하게 되면 관리 인원이 적어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 시험기관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정부는 이와 함께 ‘시험연구기관 인프라구축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부터 시험연구기관을 관리한다. 지금까지는 시험연구기관이 시험만 잘 수행하면 된다는 분위기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결과를 정확히 만들어 내도록 하기 위해 관여되는 모든 요소들을 똑같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 기준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즉 사람, 시설(유지·보수), 시험장비 등을 어떤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시험담당자들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피펫은 시료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비이다. 이 피펫이 잘 관리되고 있어야 항상 양을 정확히 측정해 내고 시험 결과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된다. 하지만 사후관리 없이 그냥 놓여져 있던 그대로 계속 사용하게 되면 차후에는 양을 재는데 오차가 생기게 된다. 이를 항상 일정히 유지토록 관리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시험기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육하겠다는 요지이다.
시험실의 시험도구처럼 시험을 실시하고 설계하는 시험담당자의 지식수준도 향상 시켜 전체적인 시험연구기관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온라인 현황 자동파악 시스템도 도입
이번 시험연구기관 관리 사업은 올해 용역과제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5개년으로 계획됐다. 특히 앞으로는 기관의 운영을 담당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점검리스트를 가지고 확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가 일정하게 이뤄지는지를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과도한 법령은 현실에 맞게 조정해 간다는 방침이다. 감사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토록 해 한번 끌어올린 수준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시험연구기관이 잘 관리돼야 여기서 생산되는 시험결과의 질이 높아지게 된다”며 “이는 곧 농약회사의 제품 검증이 잘 이뤄져 좋은 제품으로 생산되고 그 결과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험연구기관 관리가 잘 이뤄지면 시험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평가 기간이 짧아지고 효율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간 시험연구기관들이 높은 평가를 받아오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 농약 시험연구기관으로 지정됐던 곳만 110곳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시험기관이 난립하던 시기에는 지정 시험연구기관이 200곳을 넘어선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험기관, 88개 지정, 평균 277억원 매출
지난해 12월 한국농촌경계연구원이 발간한 ‘작물보호제산업의 동향과 발전방안 - 안전성관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강창용·한혜성 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시험연구기관으로 지정돼 있던 연구기관은 대학이 42곳, 특정연구기관이 4곳, 기업부설연구소가 44곳, 민간·기타가 20곳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Non-GLP 기관들로 숫자가 많은 만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험을 한 건도 수행하지 않거나 몇십년 전에 지정받고 지금은 폐업을 했음에도 그대로 등록돼 남아있는 기관이 있는 등 ‘허수’로 지정된 곳이 많았다.
농진청은 이에 따라 올해 초 한차례 시험연구기관 지정 현황을 파악하고 요건에 맞지 않는 곳은 정리하는 등 관리를 통해 지정 시험연구기관을 88개로 줄였다.<표 1>
농경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연구기관 설문조사 결과 61개의 기관 연 매출액은 평균 27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시험연구기관이 농약 등록 시험 수탁 건으로만 매출액이 277억원에 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시험연구기관이 잔류성 검사, 제품매출 등 다양한 관련 사업에 대한 금액도 함께 포함한 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또 이들 시험연구기관의 연간 외부 시험 총 수탁 건수는 평균 336.8건으로 조사됐다. 이 건수 또한 순수 등록 시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체 시험 건수가 116.9건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시험연구기관들은 운영하는데 가장 큰 애로점으로 전문 인력 확보를 들었다. 보고서는 이를 직업의 불안전성, 낮은 보수와 연관된다고 해석했다. 그 다음 문제점으로는 시험 관련 장비와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문제다.<표 2> 이 같은 문제는 결국 타 기관과의 시험결과 신뢰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부가 시험연구기관 인프라 구축을 과제로 삼는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시험연구기관들은 국내 시장에서 시험기관이 너무 많아 기관 간 출혈 경쟁이 심하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농경연 보고서, 시험기관들 낙제점
보고서는 시험연구기관이 경영차원에서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농약 생산, 이용단계에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의 역할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점들은 결국 국내 시장에 비해 시험기관이 너무 많아 수익성 사업으로 연계되기 힘들기 때문에 시험기관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했다. 또 역할이 중요한 만큼 엄격한 규정도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시험연구기관의 전문가 실사 결과도 공개했다. 실사 결과는 혹독했다.
실사는 운영단계, 시설 및 장비관리 평가, 시험관리 기준 평가 등으로 나눠 이뤄졌다.
실사 결과에 따르면 시험연구기관을 운영함에 있어 기관을 운영하는 책임자나 시험책임자들의 경우 담당업무에 대한 전문내용을 명확히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정적인 처리 숙련도가 낮고 GLP, 표준작업지침서 등에 대한 지식도 예상외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민간연구기관에 비해 운영관리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의 평가 점수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이다.<표3~6>
업계 관계자는 “대학의 경우 총괄은 교수님이 하지만 시험 진행은 대학원생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농약 등록 시험의 경우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취직 등을 위해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운영관리가 미흡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시험과 시험변경 등의 내용에 대한 관리점수가 49.6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는 일상적으로 시험업무가 구두에 의한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시설 및 장비관리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대학의 경우 공간상의 제약으로 오염이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시험물질과 대조물질의 수령, 보관 및 부형제와 시험물질의 혼합을 위한 분리된 실험실 또는 구역 설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험관리 기준 평가에서 시험계획서 작성, 승인, 내용 구성 등에 대한 평가는 다른 단계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시험계획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시험계획서와 시험의뢰서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 실사 내용을 종합해 시험연구기관의 운영이 형식적 측면이나 내용적 측면에서 느슨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기업 부설연구소는 자신의 모기업에 연관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감시, 관리시스템이 구축돼 다른 기관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은 기관 특성상 조직적이고 짜임새 있는 관리와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 단독 연구소는 시험연구만으로는 안정된 수익구조를 가져가는데 어려움이 있다.
보고서는 이를 중장기적으로 안전성확보를 위한 GLP기관으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이 등록시험 주도…성숙한 분위기 필요
이 같은 보고서의 평가는 우리나라 시험연구기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보고서의 내용으로 미뤄보면 시험연구기관들의 등록 시험 결과의 신뢰도는 상당히 낮아진다. 결국 농약 제품들이 불완전한 시험 결과로 등록돼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을 낳도록 하고 있다.
시험연구기관들도 이 같은 평가와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같은 불완전한 수준이 농진청의 관리와 교육에 의해 앞으로 질적 향상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목표한 방향대로 관리만 된다면 시험연구기관들이 성장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시험연구기관들이 이 수준을 모두가 따라 올 수 있을지 연구기관들 사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단 시험연구기관들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금과 같은 출혈 경쟁 구도에서 질적 향상까지 도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질적 향상을 이루면서 수익률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내실 있고 실력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시험연구기관들 특히 민간시험연구기관들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기업부설연구기관들이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약효·약해 등의 시험을 민간에서 전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이 작물보호협회로부터 시험을 배정받아 농약 제조업체들이 시험을 공유하는 시스템에서는 신뢰성 있는 시험성적이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다. 독성은 GLP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어 기업 부설연구기관들이 수행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 시험을 민간이 주도해야 안정된 수익 속에서 제대로 정비·관리되고 있는 연구 시설과 인프라로 시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등록에 필요한 성적서를 발급하는 것이 ‘잘’된 시험결과서라는 평가 잣대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정말 효과가 좋은 농약만이 등록될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노력하는 성숙한 분위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정확한 약효·약해 시험이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 생조제와 제초제는 식물조절연구회가, 살충·살균제는 (사)일본식물방역협회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입김이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정능력을 갖춘 성숙한 시험연구 분위기는 조성돼야 할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시험연구기관들은 질적 향상, 치열한 경쟁 구도 개선 외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시험연구기관 업계를 가장 긴장시킬 것으로 만약 현실이 된다면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평가될 만큼 허리케인 급이다.
바로 다국적 시험연구기관들의 국내 진출이다. 이들은 이미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농약 개발 및 분석에 참여해 왔던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어 이미 한 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로 인해 가격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이들이 아직 농약 시험연구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것은 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SGS, 인터텍 등의 다국적 분석 기업이 국내에 지점을 개설해 분석 업무를 수행중이다. 또 농약 분야 시험 기관으로도 지정받았다고 한다. 언제든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진출할 시기를 대비하는 것이 시험연구기관들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분석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사업을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수출 등 다른 부분으로도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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