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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시장 7대 변화와 3대 과제]품질·가격경쟁력 재무장해야 성장 가능

산업육성 전략·구조조정·최저입찰제 폐지


최근 국내 농기계시장에서 정체를 넘어 위기에 몰리고 있는 내수를 정상화하고 수출산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조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산 농기계의 과다점유, 국내산 농기계의 경쟁력 부족, 전반적인 수요대수의 감소, 농협 농기계 최저가입찰제로 인한 유통혼란, 수출확대의 정체 등 위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농기계시장에 일고 있는 7대 변화와 정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3대 과제를 정리했다. 특히 토종 농기계 주요기종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품질 문제는 정부의 산업육성 전략, 기업의 구조조정, 최저입찰제의 폐지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통해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ㅣ농기계시장의 7대 변화 ㅣ


국내 농기계 수요량의 감소와 시장성장의 정체 장기화

우리나라 농업기계화가 가장 많이 이뤄졌던 1990년대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한국 농기계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성장의 정체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약 30만대에 육박하던 농기계 공급대수는 점점 감소해 이제는 연간 5만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주요 농기계 기종도 확연히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과거 농기계가 저마력의 저성능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고마력, 고성능 농기계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래에도 이어질 전망이며 정밀, 친환경적인 농기계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농기계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시장은 정체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융자기종을 중심으로 보면 1조원 정도이며 이는 2000년대 전후의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농기계의 고규격과 고성능 등으로 인해 농기계 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금액을 기준한 농기계 시장은 당분간 1조원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도 이미 1980년대 이후 3500억엔 수준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비친다. 그러므로 농기계 산업과 관련 정책은 이 같은 정체의 장기화를 전제로 실질적인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산 농기계 수출확대의 어려움 증가
국내 농기계기업들은 내수 정체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기 위해 노력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농기계 수출은 1억달러 이하였고 농기계 무역 수지도 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농기계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2013년 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역 수지 흑자도 3억달러에 이르렀다. 정부는 2020년 10억달러 수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산 농기계 수출확대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트랙터와 부품, 작업기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호주, 동남아 중심의 수출확대에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비교적 가파르게 올라가던 수출 그래프가 주춤하는 것은 품질 면에서 일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인도, 중국 등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출혈수출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일본 농기계의 국내 농기계시장 잠식 증가와 강화
1970년대 이후 일본 농기계산업은 자국 내 농기계시장의 정체를 예상하고 수출확대를 준비해 왔다. 우리보다 적어도 30여년 전부터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다양한 준비와 전략을 구사해 왔다는 이야기다. 일본 내 농기계산업 공동으로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농기계 수출 지역 내 거점 국가에 농기계 공장을 만들고 국가 지원정책에 농기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등 매우 다양하고 적극적인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베트남 농기계 시장에서 일본의 위력이 거세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철저한 준비와 경영에서 기인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국산 농기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제품도 일본제 농기계다. 트랙터 일부를 제외하면 3개 주력기종의 수입이 일본제로 채워지고 있으며 국내 시장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3개 기종의 일본제 비중을 보면 2005년까지는 10%미만 이었으나 그후 가파른 성장을 보여 2014년 현재 각각 12.4%, 41.5%, 29.7%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농기계 절대 대수의 감소 속에서도 일본제의 공급대수는 계속 증가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표 1] [표 2]



일본 농기계는 2000년대 들어서 서서히 한국시장을 넘보더니 이제는 주력 농기계의 절반을 일본제로 채워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우리의 토종 농기계가 한국 시장에서 퇴출되어가는 형국이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토종 농기계 잦은 모델 변경과 단종, 원활한 서비스 어려움 증가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제품의 차별화 전략 가운데 하나로 잦은 모델변경, 다양화를 추구해오고 있다.
일례로 2015년도 국내 1개사의 트랙터 모델수는 무려 130여개에 육박한 반면 일본기업의 트랙터는 24개에 불과하다. 토종기업과 일본기업의 2010년 트랙터 모델수는 각각 69개, 27개였는데 그로부터 5년 후 토종은 회사당 58개가 증가한 반면 일본은 되레 3개가 줄었다.[표 3]



이앙기의 경우도 토종기업은 같은 기간 3개가 증가했는데 일본기업은 3개가 줄어들었다. 콤바인에서도 토종은 5년 동안 8개가 증가했는데 일본은 5개 증가에 그쳤다. 이에 한 모델의 생명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달리 표현하면 모델의 단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5년 전에 생산되던 트랙터를 보면 총 58개에서 8개만 생산이 지속되고 있어 트랙터 모델의 5년 후 생존율이 14%에 불과하다.[표 4]


이에 따라 단종된 농기계의 부품은 생산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농기계 판매 후 고장과 유지보수 서비스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판매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된다는 것을 내포하기에 심각한 문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국산 중고농기계의 수출이 어려운 요인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기업의 경우 한국에 비해 생산기종의 모델 수명이 훨씬 길고, 모델변경이 우리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토종 농기계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경쟁력 약화
직간접적인 가격관리가 이뤄져온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산 농기계가격의 상승은 지금과 같지 않고 그 폭이 작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산 농기계 가격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 경쟁입찰은 잦은 모델변경과 가격인상, 즉 가격거품을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되었다.(농기자재신문 7.1일자 ‘농협 최저가입찰, 농기계 유통혼란 불렀다’, 7.16일자 ‘농기계 가격혼란으로 기업·대리점 ·시장 멍든다’ 참조) 


과거 일본제품 동종, 동 규격 대 농기계 가격이 우리 토종 농기계에 비해 1.6배정도 비쌌으나 이제는 토종 농기계 가격의 인상에 따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상대적인 품질과 성능의 저위에 있는 토종 농기계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가장 빠르게 일본산에 의해 시장이 잠식된 이앙기의 경우 한·일 가격수준과 인상률의 변화가 크다.[표 5]
공급된 6조 승용이앙기 모든 모델의 평균가격을 보면 2010년 국내산이 일본산에 비해 15% 정도 저렴했지만 이후 토종제품의 가격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제는 일본제품과 2% 정도밖에 차이가 없어 가격경쟁력이 사라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이앙기뿐 아니라 콤바인에서도 예견되고 있다.
농기계 대리점과 중고 전문 상인들에 의하면 이러한 높은 가격은 통상 약 30~40%의 거품이 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30~40% 정도의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일본의 농기계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농기계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산 농기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토종 농기계의 품질 상대적 저위
국내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일본제 농기계 대비 토종 농기계의 품질은 오히려 더 나빠진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정도로 국내 농기계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미미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농기계 대리점들의 한·일 농기계의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일본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표 6]
농기계회사 생산 전문가들도 국내 기술 수준이 일본 대비 여전히 90% 이하이며, 중요한 핵심부분은 일본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러한 품질과 성능의 저위는 상대적으로 많은 고장빈도수를 보이며, 토종 농기계의 수명이 일본 농기계에 비해 짧다는 결과로 이어져 큰 문제가 된다.


농협의 최저가 입찰 구매 강화
농협의 시장 지배적 구조 하에서 최저가 농기계 입찰은 농기계 파생상품, 즉 잦은 모델변경과 가격의 인상이라는 순환적인, 부정적 결과를 가속화 해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형 모델의 제공과 아무래도 시중판매 제품과의 질적 차이 발생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농기계가격 인상을 촉발하는 점이다. 할인율이 중요한 최저가 입찰에 대응하기 위한 농기계기업들의 대응 행위가 바로 잦은 모델변경과 단종, 가격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농기계 품질저하와 사후봉사 애로,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농기계산업의 3대 과제

토종 농기계 산업, 기업의 경쟁력 제고
지금의 국내 농기계 시장상황을 좌시할 경우 국내 시장은 일본 농기계에 의해 장악당할 것이며 토종 농기계기업들은 판매상으로 전락하거나, 업종을 전환하거나 아니면 농기계 생산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현 농기계 시장과 유통의 각종 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토종 농기계 산업,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농기계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기업들은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구조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례로 일본 구보다의 농기계 매출은 약 60억달러다. 일본 대기업 농기계 매출의 1/6정도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서 종합농기계기업 4~5개는 실제로 과다하다는 시각이 많다. 통합의 형식을 취하든 전문적 생산으로 구조를 개선하든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는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내 농기계시장 방어와 해외시장 공략
국내 농기계 시장은 이미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상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확대를 위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농기계산업의 구조조정과 기술혁신, 개발을 통해 국내 농기계 시장을 지키면서 해외 공략에 나서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해외 정보수집과 진출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서 한다는 것이 업계의 간절한 요구이기도 하다.
정부의 다양한 교류·지원사업을 통해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진출하고, 선진국에는 차별화된 전략 기종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선진국에 대한 진출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농협 농기계 최저가 입찰제도의 개선
농협 농기계은행 최저가입찰제는 농기계 가격 상승, 잦은 단종 등의 문제를 야기함과 함께 저가에 의한 과잉농기계 공급 등의 부작용까지 빚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7.1일자와 7.15일자 테마기획에서 현 최저가입찰제의 문제점과 유통 전반, 기업·산업계에 미치고 있는 부작용을 심층 보도한 바 있다.
현재의 유통혼란을 벗어나 정상적인 농기계 유통구조가 다시 정착하도록 다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농기계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가격형성과 그로 인한 일본제 농기계 확산을 막기 위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을 일본제 농기계가 장악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농협 최저가입찰제의 폐지와 개선방안이 절실하다. 


이은원 hiwon@newsam.co.kr ㅣ 이성복 sblee@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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