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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위탁채종은 ‘농업’인가? ‘도매업’인가?

국세청은 도매업 판단, 농우바이오에 법인세 200억 부과
우수종자 생산위한 농업활동 “면제 안되면 종자기반 붕괴”

전 세계적으로 종자개발에 대한 관심이 드높다. 인구증가·기후변화 등으로 우수종자에 대한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식량무기화 가능성에 따른 종자의 중요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수종자의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 지난 2012년부터 ‘골든시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여 종자수출 2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연구개발사업이 시작되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벌써부터 적지 않은 성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종자에 대한 정부의 중요성 인식과 중장기정책 추진은 이미 수년전부터 시작되었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부정책에 역행하고 있어 종자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세청이 종자업체의 해외 채종사업을 ‘농업’이 아닌 ‘도매업’으로 분류하고 수년치의 법인세를 추가 부과했기 때문이다. 종자업계는 국세청의 농업에 대한 몰이해로 국내 종자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종자가격 인상, 종자품질 하락 등 농가에도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국세청, 2011~2015년 5년치 법인세 200억원 부과
국세청은 국내 1위의 종자업체 농우바이오를 대상으로 한 정기세무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는데, 지난 2011년에 면제받은 법인세 37억 5000만원을 11월 30일까지 납부할 것을 고지했다. 이어 2012년에서 2015년까지 4년동안 면제받은 법인세까지 총 200억원의 법인세를 내년까지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국세청이 농우바이어가 그동안 면제받은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라고 고지한 이유는 종자회사의 해외채종사업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8조(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법인세의 면제 등)에 따르면 작물재배업을 수행하는 농업회사법인은 법인세가 면제 또는 감면된다. 이에 따라 ‘작물재배업’을 영위하던 농우바이오도 합법적으로 지난 2011년~2015년 법인세를 면제, 감면받아왔다.
하지만 국세청과 통계청은 해외 채종포사업에 대해서는 ‘작물재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도매업’으로 판단하였고, 이 때문에 그동안 면제되어왔던 법인세를 청구한 것이다. 국내에서의 채종사업은 ‘작물재배업’으로 인정했지만, 해외 채종포는 ‘도매업’이라는 논리이다. 
국세청은 통계청에 농우바이오의 산업활동이 어떤 산업으로 분류되는지를 문의했는데, 통계청에서 ‘국내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종자를 생산·수매·판매하는 활동’은 ‘종자 및 묘목생산업(농업)’으로 판단한 반면, ‘국외 종자생산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종자를 생산·수매·판매하는 활동’은 ‘종자 및 묘목 도매업(도매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종자생산은 무병지에서 해야” 채종량의 80%가 해외채종
종자업계를 비롯한 농업계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조치가 농업, 특히 종자채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국내 종자업계는 통상 원종(原種)까지는 한국에서 개발한 뒤 그 후 종자의 생산은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채종포에서 진행해 왔다.
종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는 보급종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문 대행업체가 사실상 없고, 유전자원이 유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들이 채종량의 80% 이상을 해외 채종포에서 생산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한 관계자도 “종자 생산은 무병지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진행할 수 있는 대형농가가 없는 실정이어서 대부분 회사들이 해외채종포를 이용한다”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작물의 개화기나 수확기가 7~8월 장마철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보급종의 대량생산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채소종자의 해외 위탁채종 비율은 78%(2009년 기준)으로 거의 80%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일본 역시 70% 이상을 유럽 등 해외에서 채종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한 종자업계, “연구개발비 축소·품질저하로 이어질 것” 
국세청의 이번 감면 법인세 회수조치로 농우바이오를 비롯한 국내 종자업체들은 사업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농우바이오와 같이 농업회사 법인으로 등록된 종자업체는 아시아종묘·코레곤종묘·삼성종묘 등 총 27개사. 거의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우리나라 종자업계의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국세청의 법인세 회수가 진행될 경우 업계 1위인 농우바이오 역시 경영상황이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업계 1위이지만 1년 매출액은 800~1000억원 정도. 1년 경상개발비는 100억원 안팎이다. 200억원의 법인세는 약 2년치의 경상개발비와 맞먹는다.
농업계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이번 조치가 국산 종자의 가격 인상과 품질 저하로 이어져 국내 농가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종자협회 김상근 부회장은 “대부분의 국내 종자기업들이 농업회사법인의 지위를 인정받아 절감된 법인세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면서 한국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왔다”면서 “종자산업에 대한 부정확한 해석으로 국세청 세금징수가 현실화되면 국내 종자산업 기반이 흔들려 영세한 국내 업체들은 외국 종자기업에 인수되는 등 결국 국내 종자주권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농민단체, “도급계약으로 정상적 농업활동”
“골든시드프로젝트에 찬물 끼얹는 행동”

한국종자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국세청장 앞으로 탄원서를 보내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종자협회는 “농업회사법인 종자기업에 대한 부당한 세금징수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골든시드프로젝트 사업, 종자산업 육성 방안 마련 등의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종자산업에 대한 부당하고 부정확한 해석으로 국세청의 세금징수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종자산업은 기반자체가 흔들려 영세한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에 인수되는 등 우리나라는 종자주권을 잃게 되고 말 것”이라고 호소했다.


농민단체들도 종자업계의 반발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국세청은 명분 없는 소급 중과세 방침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농식품부가 해외 위탁 채종이 종자업체의 정상적인 업무라는 공식의견을 냈는데도 국세청이 이를 무시하고 소급 과세 방침을 굽히지 않아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IMF 때 당사 우리나라 메이저 종자업체가 해외업체에 인수·합병돼 종자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종자를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농식품부가 우량종자의 독자 개발을 위한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국세청이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농우바이오 측은 농업소득에 대한 세법 해석 이견으로 생긴 추징금인 만큼 국세기본법에 따라 조세불복심판 청구, 행정소송 등으로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우량품종개발 및 종자수출 확대, 수입대체를 통한 종자강국의 실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골든시드프로젝트. 골든시드프로젝트의 성공은 우리나라 종자회사의 자생력 확보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이해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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