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농자재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통구매를 추진하고 있으나 생색내기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계통구매 활성화를 위해 자재 공급업체에서 지급하는 장려금 폭을 줄이는 대신 자재 가격에 장려금 조정을 통해 가격 인하 효과를 보려한다는 것. 또한 장려금 폭이 줄어들면 지역조합의 수익성도 같이 줄 것으로 우려돼 반발하는 지역조합도 나오고 있다.
농협계통구매는 양질의 영농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중앙회가 물량을 결집, 규모화해 구매계약하고 지역농협을 통해 농업인에게 공급하기 위해 1990년 도입했다. 대상 품목도 비료, 농약을 비롯해 농기계 및 부품, 시설자재 등 영농활동에 필요한 대부분이 포함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품목별 시장, 제품 특성 등을 감안 화학비료, 농기계, 유류 등 표준화 규격화된 품목은 경쟁입찰을 하고, 경쟁입찰이 불가한 농약, 필름 등은 수의계약을 통해 공급한다. 이를 통해 물량을 규모화 하고 교섭력 강화를 통해 농자재 가격을 안정화하고 전국단위 수급조절로 수급안정 및 적기공급, 일괄계약을 통한 업무간소화 등 편의를 농민 및 지역조합에 제공한다.
대안없는 가격인하 …업계부담만 커져
최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오는 20일까지 계통농약 정기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자재 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농산물 가격하락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의미가 있다”며 “농자재 가격의 거품을 빼서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업계관계자는 “지난 연말까지 작물보호제는 가격을 동결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새해 들어 비료가격이 인하되면서 작물보호제도 덩달아 인하 요구가 있는 것”며 “가격결정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및 물가상승 등 제반 여건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업계의 부담은 그만큼 더 크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지역농협 관계자도 “농자재 가격을 인하해 농가의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는 환영할만 하다”면서 “추가 약정 조정으로 인해 시판상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약정 장려금 조정은 결국 지역농협의 수익을 줄여 중앙회의 생색내기에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계통구매 매년 확대…시장 55% 점유
이같은 업계의 반발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시판상과 치열한 경쟁구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계통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기조가 강화되면서 계통을 통한 비중도 농협중앙회가 56%, 시판상이 44%를 차지하며 중앙회가 과반을 넘기고 있다. 2015년 기준 작물보호제의 사업량과 시장점유율도 총 1조4232억원 규모 가운데 7898억원을 차지, 계통구매가 45.2%를 점유하고 있다. 가격결정은 중앙회가 기준가격을 결정하고 지역농협과 제조사간 추가약정을 통해 실질적인 구매가를 결정한다.
2015년 기준 품목별 계통공급액을 보면 농약의 경우 2005년 3296 억원, 2010년 5607억원 2014년 6577억원 2015년 6821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계통구매 강화 속에 지역농협의 계통이용률도 70.7%에 달할 정도로 늘고 있다. 소량 다품목인 시설자재를 제외하면 92.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품목별로는 비료가 92.6%, 작물보호제 81.4%, 농기계 67.4%, 시설자재 21.8%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중앙회의 계통구매가 확대되면서 시장의 위축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로 신제품 개발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R&D 및 경영개선을 통한 원가절감을 추진해 제품 가격인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격인하에만 집중할 경우 업계의 경쟁력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저렴한 비용으로 농자재 가격을 공급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계통구매가 오히려 시장의 자율경쟁을 헤쳐 업계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일부 지역농협 가격 및 신제품 없어 계통구매 이용주저
하지만 계통구매가 확대되고 속에도 계통구매를 통해 영농자재를 공급하지 않는 조합도 있다. 동부산농협 송수호 조합장은 “계통 구매를 통해 공급받는 영농자재가 대부분 기존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제품이 많아 농업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기후변화 등에 따른 면역력이 강화된 제품 등의 구입 쉬워야 하고 가격도 시판상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이 많아 오래 전부터 직접 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회를 통한 자재구매보다 시판상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영농상황 변화에 대응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자재부 관계자는 “계통구매가 반드시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조합에서 자율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며 “지역농협의 계통구매 매년 확대해 시판상과 자율경쟁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회는 올해 비료가격을 약 6% 인하해 공급한다고 밝혔다. 화학비료 20kg당 기준가격이 ▲요소 8700원, 21-17-17 1만550원 ▲맞춤형 비료 8545원으로 2012년에 비해 약 30% 인하했다. 이번 비료가격인하로 2015년 대비 약 1440억원, 전년대비 약 340억원의 농가생산비절감이 기대되며 이 절감액은 농가 호당 약 13만2000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