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판매···품질경쟁’ 걸림돌 될 수도 지자체·대학·민간연구소 ‘인증경쟁’ 심화 전체 농산물 가운데 친환경농산물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2009년 전국 농지면적 175만9000ha의 10.4%인 18만4000ha가 유기·무농약·저농약농산물로 나뉘어 인증을 받았다. 재배농가도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1년 4678가구에서 2007년 13만1460가구, 2009년 10월 현재 18만2696가구로 39배 가까이 늘었다. |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친환경농자재 시장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 8000억원을 상회하고 목록공시제품만도 900여종, 생산업체도 400개 이상에 달한다는 것이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의 분석이다. 친환경농업과 더불어 친환경농자재시장의 확대는 유기질비료·천적·미생물농약 보조금 지원 등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전남도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에서 앞 다퉈 친환경농업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고 더불어 학계와의 공조를 통해 친환경농자재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어 친환경농자재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전남도가 친환경농자재업계 지원방안으로 지역 생산 친환경농자재 우선 구매 지원과 친환경농자재 가격공시 등은 향후 친환경농자재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도는 친환경농자재 보조사업 물량을 도내에 적을 두고 있는 업체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 또 도내 22개 시군을 통해 도내 친환경농자재 생산업체 146개소 200여개 제품을 대상으로 제품별로 원료대, 제조비, 유통비, 이윤 등을 기초로 산정한 공급희망가격을 조사해 발표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친환경농업시범도 완성을 위해 국제친환경농업연구센터 설립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을 통해 친환경농자재개발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강원대에 들어설 5층 규모의 친환경농업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친환경농자재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센터는 2011년11월 준공된다. 지자체에서 친환경농자재 개발과 유통시장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친환경농자재의 가격거품이 빠지면서 친환경농자재의 유통질서도 일정부분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자재 제품에 대한 우선 구매 지원이 농업인과 친환경농자재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득이 될 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업계로서도 지역주의로 인해 한정된 판매지역과 제품에 대한 품질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자재업체 전남지역에 잇달아 진출 전남도는 2004년 시작한 ‘생명식품산업 육성 1차 5개년 계획’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4년까지 유기농 육성을 주 내용으로 한 ‘생명식품산업 2차 5개년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그동안 경지면적의 1.3%(4057㏊)에 불과했던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을 26배인 34%(10만482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국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의 52%를 차지하는 것으로 ‘친환경농업=전남’이란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
전남도는 친환경농업의 확산과 함께 전국 최대 친환경농자재 소비시장을 형성함에 따라 관련기업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친환경농자재 관련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설명회를 개최해 소기에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친환경 비료제조공장인 (주)흙고운세상이 전남 장흥에 지난해 12월 공장을 준공했으며, (주)혁신영농은 해남군 옥천면 월평리 1만6000㎡ 규모에 72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비료 제조시설을 갖췄다. (주)정풍은 영암에 90억원(8250㎡)을 투자해 천연광합성촉진제, 천연유기농자재, 천연토지개량제, 토양살균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남 곡성소재 생물방제센터에는 (주)한국유용곤충연구소를 유치했으며, 농생명산업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주)동부하이텍이 육종연구소 시험농장을 이전키로 했다. 유기질비료 대표 제조업체인 효성오앤비(주)는 전남 함평에 호남공장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내에 지난 2005년 39개 업체에 불과했던 친환경농자재 기업은 올해 154개로 4배나 증가해 전국 대비 42%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2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도는 이 같이 친환경농자재업체의 입주가 늘어난 것에 대해 친환경농업에 대한 육성과 함께 전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소, 전남대 친환경농업연구센터, 나노 생물소재 실용화 및 생물방제센터 등 연구기관과 전문인력 등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친환경농자재 전문 클러스터 ‘생물방제센터’ 전남도 친환경농자재업계 지원의 핵심은 각종 친환경농자재 농가 보조지원시 전남도내에 소재한 친환경농자재업체의 생산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함으로써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주는 점이다. 실제 천적업체인 (주)한국유용곤충연구소는 전남 곡성 소재 생물방제센터에 입주하면서 전남지역 보조물량 400ha 가운데 120ha 내외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농업육성기금(융자, 연리 2%)’ 등 다양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점도 전남지역에 친환경농자재업계가 찾아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전남도는 친환경농업과 친환경농자재업계 유치에 따른 효과를 경제적 가치만 4조원, 파급 효과 2조6000억원, 브랜드가치 1조3000억원, 농약절감 600억원, 고용 1만8000명 등으로 추정했다. 전남도는 특히 친환경농업과 지역 친환경농자재업계 육성을 위해 고부가가치 종자 육종과 천적, 미생물 제재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농자재산업 클러스터 역할을 담당할 전남도생물산업진흥재단 생물방제센터를 곡성에 준공했다. 이 생물방제센터에는 전남대 농생명대학의 현지 실험실과 수정벌 전문생산기업 대산 등을 비롯한 6개 친환경농자재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천적업체인 (주)한국유용곤충연구소와 동부하이텍의 육종연구소 시험농장도 입주했다. 또 센터는 지식경제부와 전남도로부터 인력 양성사업 추진기관으로 선정돼 향후 5년간 지역 내 생물산업 관련 중소기업 산업인력 재교육과 맞춤형 인력양성 교육도 수행하게 된다. 친환경농자재업체에 기술지원, 공동 연구개발, 시제품 생산과 품질관리, 기술컨설팅기술컨설팅 등 기업 지원도 맡게 된다. 정보교환 ‘전남미생물생산기업협의회’ 주목 전남도의 친환경농자재업계 지원에 눈길이 끌리는 대목 중 하나는 과잉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공동 연구 개발 등을 통해 미생물제재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협의체를 구성한 점이다. 지난해 11월 20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창립된 ‘전남미생물생산기업협의회(회장 김양현·그린에코바이오텍 대표)’는 농림, 축수산, 천적, 유기질비료, 부산물비료 등 5개 분과에 23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
이 협의회는 전남도와 생물방제센터가 주도해 탄생했지만 전남지역 친환경농자재업체의 자율적인 모임이다. 앞으로 친환경농자재 기업 간의 상호 정보교환, 과잉·중복투자 지양 등을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병준 생물방제센터장은 “전남미생물생산기업협의회와 함께 국내외 전문가 초청강연과 근로자 교육에 나서고 국내외 박람회 전시 참가 지원 등 기업의 수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미생물제제 관련 장비를 구축해 제품의 품질인증 등의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현 협의회장은 “앞으로 미생물의 사용방법, 효능 등의 홍보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 “기업 간의 상호정보교류와 공동연구개발, 공동브랜드화를 추진하고 미생물 뿐 만아니라 모든 친환경농자재를 아우르는 협의회로 탈바꿈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제주도 ‘친환경농업연구센터’ 설립 친환경농자재업체의 유치에 적극성을 보이는 전남도와 달리 강원도와 제주도는 각각 강원대와 제주대 ‘친환경농업연구센터’를 건립하고 이들 센터를 통해 친환경농자재 개발에 나설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전국 5개 시도가 경합을 벌인 끝에 유치한 강원대 친환경농업연구센터는 국비 등 114억 원이 투자돼 친환경농업 실증시험을 위한 유리온실 2동(330m²)도 함께 조성되고 유기농자재 및 생물비료에 대한 연구와 농산물 안전센터, 교육장 등으로 활용된다. 강원도는 이 연구센터를 적극 지원해 ‘친환경 웰빙도’의 입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년간에 걸쳐 국비 57억원, 지방비 19억원, 자부담 45억원 등 모두 12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제주대에 국제친환경농업연구센터 건립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 센터를 통해 클러스터를 구축해 제주형 친환경농업의 표준모델 마련과 인재 육성 등 친환경시범도 조기 완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농민단체도 친환경농자재업체와 손잡고 친환경농자재시장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강우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정일환 한국스테비아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북생물산업진흥원에서 국내 친환경 농자재 유통과 국내 농업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스테비아는 친환경농자재를 한농연 회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직접 공급하고 농업과 농자재산업 발전을 위해 공동연구 등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
지자체·대학·민간연구소 등 인증사업 경쟁 불가피 앞으로 친환경농자재 개발에 대한 지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2010~2014년)에서도 비료․농약산업에 약 1117억원의 R&D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이를 통해 2014년까지 농약․화학비료 사용을 30% 감축하고 생물농약의 개발․등록 화학농약대비 2.5%(약 25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친환경 농자재 평가 및 표준화 기술 정비, 맞춤형 비료․농약, 미생물제제, 친환경 방제용 생물제․유인제․기피제 등의 개발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자원순환 활용이 강조됨에 따라 가축분뇨 퇴․액비 자원화, 오염원 제어를 통한 친환경 농자재 생산 및 탄소배출권 거래․확보를 위한 탄소 계정 등에도 2676억원이 배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친환경농자재 개발과 함께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사후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우선 친환경유기농자재의 품질인증제 도입을 위한 친환경농업육성법이 개정 중에 있다. 특히 친환경유기농자재 시장의 확대에 따른 민간 인증업체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앞 다퉈 친환경농업과 더불어 친환경농자재 개발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불협화음도 일어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국제친환경농업연구센터 건립사업이 국비 지원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강원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연구센터 건립사업이 마무될 때까지 제주에 국비 지원을 보류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사업추진이 3년간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자재 품질인증제 도입과 함께 민간인증 추진이 예고되면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필두로 각 지자체가 설립한 재단 연구원과 대학, 민간연구소 등이 수익사업을 위한 인증 및 분석사업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남도 등 지자체로부터 불어오는 친환경농자재업계에 대한 지원 소식은 분명 업체 난립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친환경농자재산업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