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자원 활용
각종 환경오염물질 감축으로
친환경 고부가가치 창출 가능한 미래 유망기술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란 휘발유, 경유와 같은 연료와 플라스틱, 섬유 등 수많은 화학제품들을 오일 리파이너리(Oil Refinery, 석유정제)를 통해 생산했던 것을 바이오매스(Biomass) 자원으로 대체해 생산하는 개념이다.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태양열,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에너지원들을 이용해 발전과 열을 얻음으로써 단순히 석유자원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과 같은 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 등 각종 화학제품을 대체 생산하는 좀 더 포괄적으로 석유자원을 대체하는 것이다. 특히, 태양에너지를 받고 자란 식물자원으로부터 화학제품원료나 연료를 얻을 수 있는 기술로써 석유화학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를 비롯한 각종 환경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미래 지속가능한 산업기술로써 평가받고 있다. 또한 식물, 미세조류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석유화학 및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각종 공정기술에 비해 에너지 소비 및 CO2(이산화탄소) 발생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산업분류상 ‘바이오화학산업’의 주요 핵심공정 분야로 바이오매스 처리기술, 생촉매 및 미생물기술, 바이오매스 전환 화학기술 등이 핵심기술이다. 바이오매스 산업은 타 산업 대비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제품화 성공에 따른 산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친환경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미래 유망산업 분야다.
레드(의약)·그린(농업)·화이트(화학) 바이오
바이오산업은 분야에 따라 ▲의약과 관련한 인체 및 동물 의약품, 백신 등의 의약분야인 레드바이오, ▲개량종자나 유전자 변형 동식물 및 건강기능식품, 식품첨가제 등의 농업분야인 그린바이오, ▲바이오연료나 바이오폴리머, 수처리용 미생물 등의 화학분야인 화이트바이오 등 3개 분야로 구분된다. 이들 중 화이트바이오는 지속가능한 바이오경제 구축에 핵심적인 분야로 연평균 18%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기존의 화학산업을 대체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 협약을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범지구적인 노력이 강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선진국은 화이트바이오에 대한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 및 제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린바이오 분야는 대표적으로 종자와 지능형 농업 및 농수산 신소재, 동식물 치료제 등이 있다. 종자는 국산화와 육종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며, 고품질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능형 농업은 스마트팜으로 현재 확산 중에 있으며,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기술집약적 첨단농업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수산 신소재는 식의약 핵심 신소재 분야로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동식물 치료제는 외래 및 돌발하는 동·식물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질병관리 고도화를 계획 중에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연평균 7.25% 성장
2020년 14조6,572억원 규모 전망
정부는 1994년부터 2017년까지 바이오 연구개발 투자를 연평균 19.3%씩 확대해서 2017년도 총3조4,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규모는 보건의료 분야의 R&D가 가장 크며, 환경분야, 농축산식품분야, 해양수산분야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 시장은 2013년 8조8,980억에서 연평균 7.25%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7년 11조7,720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2017년에는 전년대비 9.80% 증가했다. 한편, 2017년 국내 판매는 전년대비 7.49% 증가한 4조9,767억원을 기록했으며, 수출과 수입도 전년대비 각각 11.20%와 12.7% 증가한 5조1,497억원과 1조6,456억원으로 시장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마케팅연구소는 향후 국내 바이오산업이 2020년 14조6,572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 대비 24.5%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바이오 육성정책의 기본 골격을 바이오 R&D 혁신과 글로벌 융합연구, 바이오 경제 창출, 바이오 혁신 플랫폼 구축 등 3대전략을 내놓았다. 2022년까지 약 30조원을 선별할 계획이다. 최종목표는 세계 바이오 경제를 주도하는 바이오 강국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세계는 바이오 리파이너리 시장개척 중
석유화학제품 대체 위한 바이오매스 확보노력
미국은 지난 2000년부터 ‘바이오매스 연구개발법(Biomass R&D Act)’을 제정한 후 바이오매스 연구개발위원회를 신설, 바이오매스 관련 R&D를 위해 연간 1억5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화이트바이오를 지원하고 있다.
2002년 10월에는 ‘미국의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제품의 비전’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바이오 연료는 연평균 15%, 바이오 제품은 연평균 5.7%의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 산업 창출 장기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특히 2012년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과 2014년 ‘농업법’ 개정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석유소비량의 30%, 2050년까지 50%를 바이오 제품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히는 등 바이오 리파이너리를 통해 거대 천연 소재 신시장을 창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 2020 전략(2011~2020)’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핵심 분야 중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지난 2014년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을 통해 R&D지원, 탄소세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바이오기업과 석유화학기업의 연합체인 유로파바이오(EuropaBio)를 구성했다. 특히 호라이즌 2020 산하에 바이오기반산업연합(Bio-Based Industries Joint Undertaking)을 설치해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예산 9억7,500만 유로, 민간 투자 27억 유로 등 총37억 유로를 바이오매스 확보, 바이오리파이너리, 시장·제품·정책 개발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 ‘바이오매스 일본종합전략’을 수립해 2020년까지의 전략로드맵 및 200여 개의 세부과제를 설정했고, 탄소세 도입 및 바이오플라스틱 인증시스템 적용 등의 정책지원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2013년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자급자족형 에너지도시(Biomass Town)를 조성하고 바이오매스산업을 2020년까지 5,000억엔 규모로 육성하고자 하는 7개 부처 공동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원료물질 생산과 개발연구 주력
상업화는 아직 미흡
국내 바이오매스와 관련해 바이오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0년도에 11.0%이며, 정부에서는 2030년도 31.4%를 달성 가능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전환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2007년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수송용 바이오연료인 바이오디젤과 고형 바이오연료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형 바이오연료 시장은 2011년부터 수송용 바이오연료 보급 의무화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s)가 시행됨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고형 바이오연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반면에 바이오 탄화수소 정제, 공정기술 등은 해외기술 및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정부기관, 대학 및 산업 연구시설 등에서 탄소와 수소를 이용한 원료물질 생산과 개발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나 상업화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합성 지도 개발
다양한 합성경로 시각화 및 확인 가능
올해 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신성철)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바이오 리파이너리를 위한 시스템대사공학 원천기술개발’ 과제지원을 받아 바이오매스인 미생물로부터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경로를 총 정리한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합성 지도를 개발·완성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바이오 및 화학 반응들에 대한 정보를 총 망라해 생명공학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게끔 지도 형태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다. 과제수행을 통해 개발된 바이오 화학물질 합성 지도는 기존의 대사경로 지도 대비 산업적 관점에서 대사경로 및 화학적 반응들을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진행돼온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 및 산업화에 대한 현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요 화학물질들의 다양한 합성경로를 시각적으로 한 번에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지도는 향후 새롭게 생산할 목표 화학물질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합성 시스템을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지도는 앞으로 시스템 대사공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아이디어의 청사진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는 향후 친환경 화학은 물론 의료·식품·화장품 분야 등 다양한 산업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고통스럽게 겪고 있듯이, 바이오 리파이너리 기반의 산업 화학물질 생산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핵심기술 및 부품 부재
단기 집중 투자 통한 시장진입 가능
올해 2월 한국세라믹기술원의 ‘국내 미활용 바이오매스 통합 활용 체계 구축’ 공동기획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매스 자원의 대부분은 농업계 및 임업계의 식물성에 유래한 것이 대부분이고, 생활계 및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바이오매스도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특히 대부분의 바이오매스는 존재량은 많으나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집, 운반, 저장 및 관리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바이오매스 에너지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핵심기술 및 부품의 부재로 국산화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며, 실증 설비 및 에너지 공급 인프라의 국내 설치실적이 미흡해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특히 바이오매스 이용기술도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나, 바이오가스 생산기술을 제외하면 국내 상용화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상용화 기술이 없으며, 상용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적어 단기간에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시장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했다.
보고서는 국내 바이오매스에 대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바이오매스를 바이오경제의 ‘자원’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바이오매스를 ‘자원’의 관점에서 보면 전방산업의 규모에 맞게 육성하고 필요할 경우 활용 목적에 맞는 바이오매스의 재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 했다.
또한 “바이오매스는 기존의 광물이나 원유와 같이 선천적 자원이 아닌, 인간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적극적인 바이오매스의 재배·확보를 통해 전방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