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택수(64세) (주)전농 대표는 “농약 제조회사들이 과잉 공급을 멈춰야 농약시장의 유통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농약 업계에서 이 같은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앞장 서 발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른 말로 일침을 가하는데 워낙 유명한 그다. 조 대표는 “농약의 오·남용이 빈번한 것에는 일부 제조회사의 책임도 있다”며 “현재 농경지 면적은 줄고 유기농업을 하는 농업인이 늘고 있으며 심지어 논에는 제초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세인데 농약 업계의 영업목표는 상향 되고 있으니 농약이 유통 중간에 재고로 남아 있거나 필요이상의 농약이 농경지에 살포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또 “농약 제조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어느 누가 회사 대표에게 자진해서 생산량을 줄이자고 말하겠는가”라며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시판들이 이런 부분을 나서서 말해 줘야 한다”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판매상일지라도 공익적 역할을 해야 할 부분이 생기면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또 유통을 담당하는 시판들의 잘못된 행보에도 쓴소리를 했다. 조 대표는 “재고가 많으면 모두 소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며 “품귀 현상이 일어난 제품에도 적정 마진만 남기고 정직하게 판매해야 유통시장이 흐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과잉경쟁과 이상기온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쳐 위기에 내몰린 농약제조사와 판매상에게 쓰지만 약이 되는 발언이다. 조 대표가 이 같은 의견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그의 "조약사‘라 불리던 과거 개인시판 시절부터 도매법인인 (주)전농을 운영하는 현재까지 그의 사업에 대한 태도가 뒷받침하고 있다. ‘조약사’라 불리며 처방 경영 조 대표는 개인시판을 운영하던 1970~80년대 농약사용설명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농업인들에게 일일이 처방전을 써서 농약과 함께 판매했다. 또 원칙을 중요시해 농약을 3종 이상 혼용해 처방하지 않았고 영양제 등도 함부로 섞어 팔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농약을 구매하러 온 농업인에게 집에 남은 농약 활용법을 알려줘 어떤 날은 자기 전 누워 ‘내가 농약 판매상인가 농촌지도사인가’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약을 정가 판매하면서 덤핑이나 품귀 품목을 비싸게 파는 등의 행위는 일절 하지 않아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그러나 시기에 상관없이 정직하게 적정마진을 남기면서 개개인의 농업인에게 맞춤식 처방전을 발행했기 때문에 그의 농약을 신뢰하는 고객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1989년 전북농우회원을 중심으로 (주)전농을 발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주 54명을 포함한 거래처 70곳이 회원으로 운영되는 (주)전농은 조 대표의 이런 올곧은 신념과 태도로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런 일관된 신념을 바탕으로 (주)전농을 운영하면서 농협과 지자체 등의 보조사업에 대해서도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왔다. 그는 “자금력을 가진 농협이 자신들의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농약을 판매하지 않고 (주)전농 등 시판 중심의 도매법인 등이 개발한 약제를 공급 받아 판매하는 등 상도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업인을 위한 진정한 보조사업 시급 그는 또 보조사업으로 농업인이 제공받는 농약이 농협을 통해 공급되는 부분도 잘못된 관행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판에 가면 적정 시기에 작물·병해충에 딱 맞는 약제를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보조로 제공되는 농약은 병해충 발병 시기에 맞지 않게 일괄적으로 공급된다”며 “자고로 ‘농작물은 농민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있으나 요즘은 농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농협이나 면사무소 등 기관에 상주해야 성공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보조사업이 잘못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인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정부의 보조사업이 적재적소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는 다 함께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힘을 모아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한다”면서 “농약은 국민의 먹거리인 농산물 생산과 직결되는 중요한 농자재인 만큼 농약을 판매하는 시판 등이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농업인 기술지도 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