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잎굴파리(Liriomyza trifolii)는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외래해충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약제에 대한 저항성이 빨리 유발되어 약제방제가 곤란한 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기주식물의 엽육 조직 속에서 생활하며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유충기간이나 알기간에는 약제에 의한 방제가 곤란하기 때문에 영농현장에서 방제가 어려운 골치 아픈 해충이다.
아메리카잎굴파리는 파리목 굴파리과에 속하는 작은 해충으로 유충이 엽육의 조직 속을 뱀처럼 구불구굴한 굴을 파고 다니면서 피해를 준다고 해 영명으로는 ‘American serpentine leaf miner’라고 한다. 아메리카잎굴파리는 기주범위가 넓고 서식온도 범위가 넓어 원래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 서식하던 것이 1970년대 중반이후 화훼류, 특히 국화의 국가 간 수출입이 급증함에 따라 세계각지로 확산되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2월 광주시 광산구의 거베라 하우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광주, 구례, 곡성, 순천, 영암, 보성 등지는 물론 경남의 진주, 진양 지역과 제주도 등 전국 65개 시군에서 전국적으로 많이 발생했으며, 특히 토마토, 수박, 거베라, 국화, 오이 등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아메리카잎굴파리의 성충은 몸길이 2mm 정도의 작은 파리로 머리, 가슴측판 및 다리는 대부분 황색이고 그 이외는 검정색으로 광택이 있다. 암컷성충은 수컷에 비해 약간 크고 복부 말단에 잘 발달된 산란관을 가지고 있다. 알은 반투명한 젤리상으로 0.23×0.12mm의 장타원형이다. 유충은 유백색부터 옅은 노란색까지 변이가 있는 원통형으로 구더기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3령을 경과한 노숙유충은 3mm로서 잎조직 속에서 밖으로 나와 땅위에나 식물체의 잎 표면에서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는 2mm정도의 장타원형으로 갈색을 띈다.
농작물 외관 훼손해 상품가치 크게 떨어뜨려
아메리카잎굴파리는 기주 범위가 넓은 해충으로 콩과, 국화과, 미나리과, 박과, 가지과 등 25과 120종 이상의 식물을 가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작물 중에서 피해가 심한 작물은 국화과(국화, 상추, 거베라), 가지과(가지, 토마토), 박과(수박, 오이, 참외, 호박, 멜론) 및 미나리과(셀러리) 등 온실과 시설재배하의 화훼, 채소류에 피해를 주며 노지작물에서는 제주도 지역 감자, 당근 및 콩에서의 피해가 심하다.
아메리카잎굴파리에 의한 피해는 주로 유충에 의해 일어난다. 성충은 잎 조직 속에 산란하며, 알에서 부화된 유충이 엽육속을 파먹어 들어가면서 피해부위에 흰색의 구불구불한 갱도가 생기게 된다. 피해가 진전되면 피해부위가 갈색으로 변색되고 심하면 잎 전체가 시들어 말라 죽게 된다. 성충에 의한 피해는 산란관으로 잎에 상처를 내고 흡즙하므로 잎 표면에 흰색의 작은 섭식흔과 산란흔이 많이 생기게 된다. 유충의 섭식흔과 성충의 섭식 산란흔은 작물체 잎조직을 파괴해 광합성을 못하게 하고 심하면 농작물의 외관을 훼손해 상품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수확량이 적어지고 수확시기가 지연되는 원인이 되며, 어린묘의 경우는 말라 죽기도 한다. 성충에 의한 섭식흔과 산란흔은 중상위엽에 많이 보이며, 유충에 의한 피해갱도는 중하위엽에서 주로 발견된다.
피해흔적 확실하므로 예찰 가능
성충의 산란수는 기주식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국화, 셀러리의 경우 약 300~400개를 산란하며 알은 대부분 잎의 앞면에 산란하지만 뒷면에 산란하는 경우도 있다. 유충은 날카로운 이빨로 굴을 뚫고 다니면서 가해하다가 노숙유충이 되면 구멍을 뚫고 나와 땅으로 떨어져 번데기가 된다.
발생이 많을 경우에는 잎에서 번데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각 태별 평균발육일수(25℃)는 알기간이 2~3일, 유충기간이 8일, 번데기기간이 8~12일이다. 발육영점 온도는 알이 13℃, 유충이 8℃, 번데기가 약 10℃이며 발육상한 온도는 약 35℃정도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노지 월동여부는 불확실하나 시설 내에서는 휴면없이 연중 발생하므로 1년에 15회 이상 발생이 가능하다. 아메리카잎굴파리의 발생여부는 다른 미소해충에 비해 피해흔적이 확실하므로 1~2마리의 피해가 나타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충은 황색점착리본을 이용해 예찰할 수 있으며 또한 성충은 주광성이 강하므로 시설하우스의 남쪽 통로 옆에 발생이 많고, 질소 함유량이 많은 식물에 피해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
계통·작용기작 다른 약제 교호살포
아메리카잎굴파리를 효율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시설재배지에서는 한냉사를 설치해 성충의 유입을 차단하고 유충의 피해가 없는 건전한 묘를 선택해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제방제 시에는 방제전용약제를 5~7일 간격으로 3회 정도 연속 살포해 땅속의 번데기에서 우화하는 성충이나 조직의 알에서 깨어나는 유충을 잡아야 한다. 이 해충은 약제에 대한 저항성의 발달이 대단히 빠른 해충이므로 약제살포 시에는 같은 약제를 3회 이상 연속 살포하는 것을 피하고 계통이 다르고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를 교호로 살포하는 것이 방제효과를 높이고 약제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메리카잎굴파리는 다른 미소해충과 마찬가지로 묘를 통하여 확산될 가능성이 크므로 공정육묘장의 해충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며 육묘장에서 초기에 방제를 철저히 하여 본포로의 확산이나 이동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물학적방제법으로는 천적 기생벌 방사, 곤충기생선충 이용, 불임충 방사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다.
이상계 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 작물보호과 해충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