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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란?76]냄새_토양에 유익한 미생물을 키우기 위한 환경 조성

미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을 조절하여 미생물을 조절하는 것은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 올리고당을 사용하면 유산균의 활성을 높일 수 있고 키토산을 살포하면 방선균의 밀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토양에 유익한 미생물들을 우점시키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먹이나 환경을 조절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몇 년 전 뙤약볕이 내려쬐던 가을날 벼멸구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서 완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함께 동행하던 일행 중에 식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었는데 완도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분의 입에서는 수목에 대한 설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섬 안에는 동백나무, 녹나무, 후박나무, 붉가시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해송(海松)과 어우러져 있는 것이 제법 볼 만한 구경거리였다. 확실히 식물 전문가와 같이 다니다 보니 배울 것도 많고 특히 산에 함께 오를 때면 이 식물은 어떤 식물이고 어떤 병에 특효가 있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식이 있는지 감탄이 나온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가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낀다”라고 하는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렇듯 나와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다니면 귀 기울여 들을만한 것들이 많은데 딱히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특별히 해줄 만한 말이 없어서 말없이 듣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나무 전문가한테는 나무만 보이듯이 미생물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면 미생물에 무엇보다 관심이 가기에 흙을 보면 먼저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킁킁 맡아보기도 하고 흙 시료를 채취해서 실험실로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가져온 흙에서 유익한 방선균이나 바실러스세균이 분리되기도 하여 나름대로의 성과에 자축하기도 한다.


이렇게 토양을 미생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새로 생긴 버릇이 뭐든지 물건을 보면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먼저 맡아보는 것인데 이것이 식사를 할 때도 냄새를 맡아 주위의 구박을 받기도 했다. 이 음식에는 어떤 냄새가 날까 궁금하여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냄새를 먼저 맡아보는 것인데 아주 안 좋은 습관이라고 집에 있는 아내가 수없이 지적을 하여 고치는데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미생물들을 집어넣는다고 무조건 자라지 않는다
이런 나의 냄새 맡는 습관도 일종의 직업병인지도 모르겠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를 진행한 후에 발효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냄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냄새는 바로 미생물의 활동 결과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므로 어떤 냄새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어떤 미생물이 우점을 하고 활동했는지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냄새에 의해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을 구분 짓기도 하는데 그렇게 틀린 방법은 아닌 듯싶다. 농가 현장에 나가 토양을 관찰하다보면 냄새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흙에서는 흙에서 나는 고유의 냄새가 나기도 하는 반면, 어떤 흙은 썩은 하수구에서 나는 악취가 나기도 한다. 볏짚을 쌓아 퇴비를 만드는 더미 속에서도 시간이 얼마나 경과하였는가에 따라 냄새가 다르다. 이렇듯 냄새가 제각각이라는 것은 흙속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20년을 넘게 미생물을 접하다 보니 내 나름대로의 경험으로 흙속에 어떤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가 냄새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일반 사람들은 구분을 못 해내는 것을 보면 나도 이 분야의 약간의 전문가 행세를 해도 될 듯하다.


흙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하는 역할이야 수없이 많이 설명을 해왔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토양 속에 들어온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 뿌리가 흡수할 수 있도록 매개해 주는 역할일 것이다. 농사를 짓기 전에 토양에 넣어주는 다양한 종류의 유기질비료들을 식물 뿌리가 흡수하기 좋게끔 아주 잘게 잘게 잘라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토양에 유익한 미생물들만이 자라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여 유익한 미생물들을 구해서 토양에 많이 뿌려주기는 하는데 정작 토양으로 들어간 미생물들이 실제로 얼마나 정착을 해서 우점을 할까 의문이 든다.


음식 잘게 씹어 먹인 할머니 정말 잘못일까?
요즘에는 젊은 엄마들이 질색을 하고 싫어할 일들이지만 할머니들이 귀여운 어린 손자들이 먹기 좋게끔 맛있는 음식을 입으로 잘게 잘게 씹어서 손자들에게 먹이면 이가 없는 어린 손자들이 아주 잘 받아먹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할머니의 입 속에 들어있는 충치균이 어린 아이들의 입으로 옮겨져 이를 썩게 할까 두렵기도 하고 좀 비위생적이라 판단하여 할머니들의 그러한 아이들 사랑을 못하게 하는데 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젊은 엄마들의 생각이 100%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생물들은 집어넣는다고 무조건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조건이 맞아야 우점을 하는 것이다. 가령 할머니의 입속에 있던 충치균이 어린 손자의 입속에 들어간다고 반드시 충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사랑이 그러한 방식으로 전해져 손자들의 면역력이 더욱 커져 질병에 대하여 이기는 힘이 커질 수도 있다.


이렇듯 미생물을 100% 제어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미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을 조절하여 미생물을 조절하는 것은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 올리고당을 사용하면 유산균의 활성을 높일 수 있고 키토산을 살포하면 방선균의 밀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토양에 유익한 미생물들을 우점시키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먹이나 환경을 조절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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