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자재신문이 자연이 주는 평안과 즐거움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기면서 소소한 행복을 주는 도시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연 재합니다. 도시농업은 상추, 감자, 고추 등 일상에서 즐겨먹는 채소류를 비롯해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며 관심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한 귀퉁이 텃밭에서 자라나는 농작물을 보며 느끼는 자부심과 나누는 행복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 한 공간입니다.
글을 연재하는 이진욱님은 2009년부터 경기 수원 칠보산 자락에서 별을 심는 도시농부들의 텃밭 ‘도토리농장’을 운영하 고 있으며 수원도시생태농업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도시농업 전문가입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에서 위탁을 받은 ‘자연물 목공’ 꿈 의 학교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편집자 주>
여유와 느긋함과 느림의 경작을 만끽하는 순간
4월이면 칠보산 주변에 나무와 꽃들이 환히 반 겨줍니다. 꽃비처럼 내린 벚꽃, 자잘한 조팝나 무, 노랗게 등산길 채우는 개나리, 매화와 살 구, 생강나무 꽃들이 농장 주변을 채워주고 있 습니다.
텃밭 주변에는 냉이 꽃, 꽃다지, 봄맞 이. 꽃마리 등 반가운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직 텃밭에는 드문드문 도시농부 들이 씨감자를 심고 씨를 뿌리고 쪽파와 상추 모종으로 조금씩 일구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 금 이때가 도시농부들에게 여유와 느긋함과 느 림의 경작을 만끽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2011년도부터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수 일구어 내는 친환경 주말농장 입니다. 텃밭 주인이 느리거나 바쁘면 그 텃밭은 쉽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잡풀 밭인지 텃밭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습니다. 별을 심는 도시농부도 느린 삶의 일상이 한 여름철에는 김 매기하는데 한계에 이르게 되고 지치곤 합 니다.
어느 하루는 이 많은 풀을 어찌하면 좋 을까. 궁리를 해 보았습니다. 저는 염소를 키 워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텃밭에 자주 오 는 도시농부들과 주변에 있는 것을 재활용하 여 염소장을 짓고 농장 식구로 맞이하였습니 다.
농장에 체험학습 초등학생들과 마을 아이 들에게 좋은 볼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어미염소 하양이가 지난 4월 1일 새 끼 2마리를 낳았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텃밭 에 온 아이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한 염소가 족. 아침저녁으로 줄을 풀고 매는 일과 겨울 철 염소먹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 만 봄이 오면 아이들에게 사랑을 독차지 할 기 대로 키우고 있습니다.
별을 심는 지친 농심과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
새끼들은 아직 텃밭 주변을 자유롭게 활보하 며 아이들에게 좋은 벗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별을 심는 지친 농부에게 그리고 농장을 찾아 오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입니다. 봄과 같이 온 새끼 염소는 봄이와 토리로 이름 지었습니다.
요즘 봄이와 토리는 텃밭 주변 산책하며 도시 농부들이 심어 놓은 모종을 조금 맛봅니다. 아직 어미젖을 먹을 때 까지는 목줄 매지 않 고 자유롭게 놀았으면 합니다. 2개월 정도 마 음껏 자유롭게 지내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 뿍 받았으면 합니다. 그런데 수컷 까망이가 걱정입니다.
덩치도 크고 먹성도 많아 거칠기도 하고 힘이 세서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 도시농부 한 분이 염소 매단 줄 부근 에 차를 매어 둔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어디선가 쿵쿵 하는 소리가 들려 온 것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가보니 수컷 까 망이가 자기 얼굴이 비친 승용차 옆문을 계속 들이 박은 것입니다. 수컷은 자기 영역 내 절 대 권력자입니다. 자기 분신을 보고 또 다른 경쟁자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 들 이 박은 것입니다.
도시농부에게는 모든 게 서툴고 처음 해 본 게 많습니다. 좋아서 마음가는대로 해본 것입 니다. 자기만족으로 하고 있지만 저는 이렇게 스스로 선택해서 하고픈 생각을 채워나가는 느린삶이 참 좋습니다.
도시양봉도 그렇고 토 종닭 키우는 것도 그렇고 좌충우돌 시행착오 를 거치면서 농장의 재미를 채워 나가고 있습 니다. 농장에서 텃밭 작물을 키우는 것도 중 요하지만 이곳 도토리농장에는 자연물 목공 이나, 경작체험 텃밭, 최근 꽃차 재배도 마찬 가지로 도시농부들이 하고픈 대로 이루어지 는 것입니다.
봄이, 토리와 함께 올 봄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시농부들에게 각자 의 시선으로 다양한 텃밭농사가 이루어지는 곳, 희망찬 풍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