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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토․필름․비료 이어 농약도 과징금 부과

농협계통이 농자재 담합 논란의 핵심

 
▲ 농약시장의 ‘블랙홀’ - 농협계통농약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시장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자재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무차별적인 담합판정과 과징금 부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토제조업계 10억여 원, 농업용 필름업계 22억여 원, 화학비료업계 828억여 원에 이어 농약업계도 최근 가격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이유로 215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대로라면 농기계업계에도 머잖아 담합판정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자명해 보인다. 공정위의 이 같은 담합판정 및 과징금 부과는 농자재업계 공히 업체들끼리 가격담합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농자재업계의 실상은 그와 전혀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고, 그렇기에 과징금을 부과 받은 업체들은 행정소송 등 반발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국내 농자재업계만의 독특한 유통구조나 거래관행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법적 논리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담합목적은 수익확대…농자재는 과연?

우선 공정위가 담합여부를 조사하고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내리는 뜻은 대기업들이 생산과 유통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신규업체의 진입을 방해하거나 생산과 가격의 통제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김으로써 소비자가 떠안게 될 그만큼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농자재 시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기업에 의한 횡포가 발생하는 시장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력 농자재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실질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대규모 독점 수요자이자 강력한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농자재업계도 농협을 상대로 가격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농자재업체들은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농협중앙회의 의도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구조의 문제가 더 근원적이라는 주장이다.

◆농자재업체 경영악화 갈수록 심각
담합판정 및 과징금 부과의 또 다른 의미는 시장지배력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었으니 그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담합의 의도는 결국 수익확대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자재업체들은 그동안 담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올렸어야 옳고, 그것이 곧 담합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적자에 허덕이거나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자재 담합논란…농협계통구매 ‘부작용’

공정위는 근래에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토, 농업용 필름, 화학비료업체들에게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최근에도 9개 농약제조업체에 과징금 215억여 원을 부과하면서 ‘담합을 통해 농협에 납품하는 농약단가를 올려 받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약제조업체들은 2002~2009년 기간 중 농협중앙회에 제시하는 계통농약 평균가격 인상․인하율 등을 서로 합의해 가격을 높게 받아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관련된 물적 증거도 첨부해 법에서 말하는 담합사실을 부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동부하이텍 81억2600만원을 비롯 △경농 30억7900만원 △바이엘크롭사이언스 22억8100만원 △신젠타코리아 21억6700만원 △영일케미컬 21억원 △한국삼공 19억6900만원 △동방아그로 14억6800만원 △동부한농 3억7700만원 △성보화학 2400만원 등 모두 215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공정위는 오랜 기간 동안 고착화된 농약제조사들의 담합행위를 적발․시정함으로써 계통농약시장의 업체간 경쟁을 활성화시켜 농업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또 농협중앙회는 이번 담합행위 적발을 계기로 계통농약과 관련된 농약제조회사들의 담합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계통농약 단가 등의 협의방식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계통농약 구조상 불가항력적 행위
그러나 농약제조회사들은 대체로 공정위의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다. 현행 계통구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담합으로 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농약제조회사들은 원제가격,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농약가격을 제시했지만 농협중앙회가 평균가격 인상률을 제시함으로써 업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5~2012년 사이 계통농약 가격변동 현황을 보면 2009년(2007년 동결)을 제외하고는 매년 계통단가가 인하됐다.<표1>

특히 지난 2009년 계통농약 가격이 평균 18% 인상됐다고는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농약 원․부자재값 인상폭과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 등을 감안하면 가격인상률은 최소한 35%에 달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최근 8년간 계통농약단가 매년 인하
지난 2009년도 계통농약 가격협상 당시 환율변동 폭은 역대 사상 최악이었고, 원제가격(오리진 10~15%, 제너릭 25%)도 작게는 10%대에서 많게는 25%까지 인상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2009년도 계통농약가격은 환율로 인한 20%의 인상분과 원제가격 상승분 10~25%, 그리고 부자재 가격상승분 19.3% 등을 포함해 최소한 35% 이상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이 제조업체들의 주장이었지만, 농협중앙회는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농협 내외부의 정서 및 여건 등을 내세우며 ‘한 자릿수 인상’을 고집하다가 평균 18% 인상을 고수했고, 이로 인한 경영압박 등의 모든 부담은 농약제조회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시기 일본의 농약가격은 1200여 품목에 걸쳐 최대 30%까지 인상됐다.

계통농약 제도개선 필요…“없애거나 점유율 15%대로”

현재 농협계통농약의 가격결정은 수의시담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의시담이란 계약업체는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계약업체가 계약단가를 제시하고 그것을 발주자가 검토하여 적절한 선에서 가격을 조율한 후 계약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10~12월 중 농약제조회사들과 업무협의회를 통해 다음 연도 계통농약 평균가격 인상․인하율을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품목 및 단가 등을 적시한 납품희망 품목등록서를 제출하게 되고, 각각의 제조업체들은 협의된 계통단가로 구매계약을 체결한 후 발주 및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 농협담당자들이 농협제시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을 두고 담합행위로 판정했다.

그러나 농약제조회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현행 계통구매 계약구조상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일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담합을 통해 계통농약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농협계통 시장점유율 53%…독점적 지위
그도 그럴 것이 농협계통농약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시장의 절반(계통 42.5%, 자체 10.4%)을 넘어 선데다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표2>
 
농협중앙회는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매년 계통농약의 가격인상․인하율을 재단하면서도 농약업체들로부터는 과도한 취급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을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계통단가를 결정할 때 취급수수료나 판매장려금 등의 비용이 농약원가 인상요인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업체들에게만 가격 할인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농협중앙회는 계통단가를 낮추기 위해 단 한 번도 수수료나 장려금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취급수수료와 추가장려금 문제는 일선 회원조합으로 내려가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계통농약의 기준가격(계통가격, 기본장려금)은 중앙회에서 구매예정가격 결정 후 수의시담으로 확정되지만, 대농업인 공급가격은 회원농협과 제조업체간 실질적 구매물량에 따른 추가장려금 등을 반영해 결정되다보니 경제사업 수익을 강조하는 회원조합들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군별 보조사업 물량 납품이 농협을 통해 이뤄지는 관계로 담합 내지 가격인상은 커녕 물량(추가)장려금 지출이 늘어나 결국 제조업체간 경쟁구도만 고착화되는 등 농약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조합들의 과도한 추가장려금 요구는 곧 농약업체간 장려금율 제한 논의로 이어지게 되고, 이를 공정위가 적발하면서 과징금 부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추가장려금․수수료가 경쟁구도 ‘부채질’
이대로라면 농협계통농약은 앞으로도 회원농협의 경제수익을 위한 추가장려금 요구가 심화되고, 중앙회는 중앙회대로 원제사업(아리품목) 및 자회사인 영일케미컬을 앞세운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제조업체간 출혈경쟁을 주도하는 등 농약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견지해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농약제조업체들이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담합판정을 받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독점적 수요자인 농협중앙회와 제조업체간 힘의 불균형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농약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원제 개발 등 R&D 투자 재원확보가 절실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매년 계통가격을 겨우 원가 수준으로만 책정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을뿐더러 우리나라 농약제조회사들은 대부분 외국 원제사들의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제품 개발 위한 투자재원 확보 절실
따라서 매년 반복될 수 있는 공정위의 담합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또 농약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농협계통구매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유지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15%대 이하로 낮추는 등의 개선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농약유통업계 관계자는 “농협의 농자재 계통구매사업은 농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농민조합원들에게 값싸게 공급한다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농협의 잇속만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농협 계통구매는 분명 농자재 가격인상 억제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시대적 상황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대로는 공정위의 계속되는 불공정 행위 적발로부터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판농약 예의주시… 농약업체도 자성(自省)

국내 농약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시판농약’도 공정위의 불공정 행위 조사선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회원제 도매상의 경우 물량구매교섭력을 내세워 각종 장려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매단가를 낮추면서도 대농업인 판매가격은 농협계통농약단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거나 회원시판상인들이 균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농약제조업체들의 담합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제 도매상 스스로도 공정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농약업체들의 자성(自省)도 필요한 대목이다. 농약시장의 수직적 독점권자인 농협의 상대적 약자인 농약제조업체들로서는 공정위 적발사례 모두가 강자에게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농협계통농약에 의존해온 농약업체 스스로도 담합행위 비난여론을 비켜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업계 1, 2위인 동부하이텍․동부팜한농과 경농이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의 전액 또는 절반을 각각 감면받는 것을 두고도 비난이 일고 있다. 전체 농약시장 점유율 40% 상당을 차지하는 선두업체 두 곳이 자신들만 빠져나가기 위해 공정위에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하고 리니언시 제도를 적용받는 것은 결국 모두가 나눠 져야할 부담을 상대적으로 매출규모가 작은 나머지 업체들에게 떠안기는 처사라는 비난이다.

농자재산업 악영향 우려…정책당국․농민단체 대응 주시

아무튼 일련의 담합판정으로 인해 농약, 비료 등 농업발전의 필수농자재와 산업에 대한 농업계 내외부의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농자재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축돼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FTA 등 산적한 현안문제는 생각할 겨를도 없어 보인다.

또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공정위의 이번 판정은 미래 농자재산업은 물론 농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농자재 가격이 농가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내몰리는 마당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실질적인 농업발전과 성장의 후원자인 농자재와 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창용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농업이 튼튼해지려면 농업을 지탱하는 농자재산업이 튼튼해야 한다”며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관계를 갈등구조로 파악하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으로 농업소득 향상을 위해 농자재가격은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농업정책과 농자재산업정책은 그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농업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는 농자재산업에도, 결국에는 다시 농업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다.

◆농자재산업은 농업의 보루…정책적 뒷받침 절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작금의 농자재산업계에 대한 담합과 과징금 부과 결정이 과거 그리고 미래 농업정책과 연계된 부분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해결의 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 선임연구원은 기대했다.

또 하나의 우려는 일련의 공정위 결정에 대한 일부 농민단체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지난 비료담합 사건과 관련해 진위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공정위 발표 직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히도 이번 농약의 경우는 비료 담합사건 때와 달리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농약제조업체들은 원가상승 부담이 큰데다 부당이익 부분도 그리 많지 않아 보여 아직까지는 업체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 농민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것은 농약이나 비료는 물론이고 곧 있을 농기계 담합시비까지도 공정위의 모호하고 일방적인 판정에 대해 해당업체들의 행정소송 등 소명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명확한 판정이 이뤄진 후 입장을 정리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농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자재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농업과 농자재산업은 서로 농업생산비를 둘러싸고 경쟁해야 하는 사이가 아니라 동반성장해야 하는 관계임을 분명히 해야 하고, 이에 걸맞는 농자재산업정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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