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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고추 종자시장을 평정하라

농진청, 세계 최초 ‘고추 탄저병 저항성 품종’ 개발

 
고추재배농가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탄저병을 잡을 수 있는 고추품종이 개발되면서 농자재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탄저병 저항성을 가진 남미 토종 고추를 활용해 ‘탄저병 저항성 고추계통’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고추 탄저병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고추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병해로 알려져 있다. 국내 고추 재배면적의 20~30%에서 발생해 그 피해액만도 1,000억원에 달할 만큼 치명적인 병해이다.

특히 고추 탄저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해 여름철 장마나 태풍이 지나간 뒤에 발병해 수해복구에도 바쁜 농업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골칫거리로 세계적인 기상이변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계속적인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전세계적으로 상업화된 탄저병 저항성 품종은 전무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저항성 유전자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만에 위치한 AVRDC (아시아 채소연구개발센터)와 같은 국제기관이나 몬산토, 신젠타와 같은 세계적인 종자회사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추와 육종 대표인 윤재복 박사와 농진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고추연구팀의 합작품인 이번 탄저병 저항성 품종개발은 세계시장의 1%에 그치는 국산 종자의 시장점유율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6년간의 산고’…전통육종 방법으로 품종선발
농진청에 따르면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고추연구팀은 1998년부터 고추탄저병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으며 고추탄저병에 관한 한 최고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는 탄저병 병원균의 종류가 3가지이고 그 중에 한 종류가 95 % 이상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등의 연구결과보고 실적도 가진 우수한 연구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팀에서 국·내외 유전자원에 대한 끈질길 탐색 연구를 통해 마침내 고추 탄저병 저항성을 보이는 남미 토종 고추를 찾아냈고, 이를 활용해 탄저병 저항성 고추계통을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고추 유전체 중에서 탄저병 저항성을 나타내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 염기서열을 확인해 특허도 획득했다. 또 그 유전자 하나가 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전자들에게 습도, 온도, 품종 등의 조건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주어 병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특히 우리나라 품종에는 없는 유전자를 생명공학 기법 없이 전통육종 방법만으로 개발한 것은 물론 상업용으로 우수한 특성을 가져 향후 상업용 품종 생산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추 내수시장 확대․종자수출 가속화 계기 마련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탄저병 저항성 고추품종을 오는 2013년 지역별 재배시험을 거쳐 2014년부터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추 종자시장 규모는 약 400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지속적인 신품종 개발로 시장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자급률은 2010년 기준으로 약 40% 정도이다. 종자 판매량은 감소 추세에 있으나 역병 저항성 품종 등의 개발과 보급을 통한 종자의 가격 상승으로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04년 역병 저항성 품종이 출시되면서 현재 시장 점유율은 규모 대비 약 8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탄저병 저항성 품종이 나올 경우 시장규모 확대는 물론 5년 이내 고추종자 시장의 80%를 넘어설 것으로 관련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탄저병 저항성 품종을 육성할 경우 연간 고추 생산액 1조원의 10%인 1000억∼2000억 원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연간 농약살포 횟수를 2회 이상 줄임으로써 약 100억 원 이상의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번 탄저병 저항성 고추품종 개발에 따른 채소종자 수출확대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 채소종자의 수출액은 2007년 190억 원에서 2010년에는 260억 원 규모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이 중 고추는 약 80억 원으로 전체 채소종자 수출액의 30%를 담당하는 중요한 수출품목으로, 고부가가치 종자산업의 효자 종목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탄저병 저항성 품종의 출시는 고추종자의 수출액 증대와 고부가가치 종자산업 발전은 물론 국내외 종자 시장 확대 및 고추 종자 수출 3000만 불 달성(2020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건양 농진청 연구정책국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외국계기업이 50% 이상 점유한 국내시장에 국제기구에서도 얻어내지 못했던 저항성 유전자를 찾아 특허를 출원해 지적재산권을 선점해 종자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아울러 상업용 고추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통을 육성해서 세계고추시장에 진출할 길을 열었으며 세계시장에서도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맛’과 경제성…상품화로 가는 ‘스무고개’
하지만 탄저병 저항성 고추품종이 상품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풀어야할 숙제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종자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맛’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탄저병 저항성 고추품종의 당도 검사 결과가 고무적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2004년 개발 보급된 역병 저항성 고추품종의 경우 국내 고추 재배종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맛’에 대한 문제는 끝까지 노력해야할 부분임에 분명하다.

또 하나는 고추재배농가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경제성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탄저병은 90% 이상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고추종자 가격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종자를 선뜻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개발자인 윤재복 대표는 이와 관련해 “기존 재배방식보다 삼분의 일로 줄어드는 농약비용에다 생산량 증가 등 가격이 비싸지는 만큼 재배농가가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는 그 몇 배가 될 것”이라며 “이제 고추재배농가도 경영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종자업계 평가 ‘긍정적’…고추농사 변화 기대
지난 7일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창업지원센터 포장에서 가진 ‘고추 탄저병 저항성 품종 육종 평가 교류회’를 둘러본 10개 종자업체 관계자 50여명과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날 공개된 저항성 고추 시험재배 포장 약 3300㎡(1000여평)에서는 98개의 시험교배 품종과 시판중인 2개 일반 품종 등 100개의 품종이 선보였다.

시험교배 품종 가운데 7개 품종이 건고추용으로 원예적 과형이나 색 등에서 탁월한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개발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을 현재 시판중인 고추 품종과 작황을 비교하면서 탄저병 저항성 효과가 눈에 띈다며 당장 상품화해도 손색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육종평가회를 주관한 관계자는 시험포장의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은 살균제를 단 한 차례도 쓰지 않았지만 탄저병 발병률은 일반 시판품종의 발병률(80~90%)에 비해 현저히 낮은 5%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시험포장을 둘러본 농우바이오 육종연구소 최순호 국내고추연구팀장은 “올해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탄저병 저항성 고추의 작황이 상당히 좋다”며 “사업성은 좀 더 분석해 봐야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종자관련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고추 탄저병 저항성 품종 개발이 우리 고추 농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박동금 원예특작과학원 과채연구실장은 “탄저병 저항성 고추 개발로 홍고추 일시 수확 및 영농 기계화 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농약 값도 절감해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재복 대표는 이날 기술이전 등을 기대하는 종자업체 관계자들에게 “기술이전이든 통상실시권 분양이든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이 고추 재배농가에서 2014년 실제 재배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협의할 것”이라며 “나아가 향후 탄저병 변이로 인한 저항성 상실에 대비해 제2, 제3의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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