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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담론, ‘경제민주화’

 
거대한 담론의 저변을 살펴보면 역시 사람 문제이다. 자유와 평등이 중시되는 사회, 그런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는 시장경제가 아니고서는 지금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5년마다 한 번씩 거대한 담론에 빠진다. 중간 중간 소소한 화두를 가지기도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담론은 향후 5년 국가의 경영방향이 결정되는 것이어서 가장 중요하다.

사실 이들이 제시했던 담론과 전략이 모두 달성되지는 않는다. 피부로 느끼는 감정은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적이 적지 않다.

속았다고 아무리 땅을 쳐도, 분개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격이라서 그냥 묵과하고 싶지만, 사람이 그런가.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사는 것이 서민의 일상인 것을. 그래서 요즘 같은 시기의 담론은 무게를 더한다.

‘경제민주화’가 아마도 내가 보는 담론의 제일 큰 화두이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용어의 결합이지만 이런 경우는 하도 많아 의심조차 무감각이다.

나의 시대적 감각이 무너져있든, 그래도 말초적 신경이나마 살아있든 대통령 후보 3명 모두 이 화두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좋은 것인가 보다 하고 믿으려 한다. 긍정적으로 이 화두를 해석해야 나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민주’, 그리고 ‘화’라는 용어의 결합인데, 경제는 시장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의미할 것이고, 민주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사회구조를 특징하는 용어라면 결국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시장경제에 민주의 중요 가치인 자유와 평등의 개념을 융화시키자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전인수격이지만 해석해 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수도 없이 꿈이 깨져왔지만 그래도 해몽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왜 이 화두, ‘경제민주화’를 중시하는가. 집권하고 있는 당과 대선주자도,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이 화두를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석의 결과를 곱씹고 다시 고쳐 생각해보니, 이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상당히 많은 병폐를 고치고, 나아가 보다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들은 여기기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도려내야하는, 적어도 강력히 치유해야 하는 병폐는 무엇인가. 그들이, 그리고 각종 언론이 떠드는 이야기에 나의 사견을 약간 가미하면 아래와 같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부의 불균등한 점유와 배분, 그것을 가져온 경제구조가 지적된다. 그룹들이 보이는 행태가 본질을 보여준다.

순환출자에 의한 문어발식 기업군 형성, 자신의 일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족벌 경영과 부의 축적, 나아가 동네 빵집까지 무너뜨리는, 돈이 되면 뭐든 달려들고 돈이 안되는 것은 하청으로 처리하고, 이것도 모자라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68.6%),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는 자들을 백안시하는 행태 등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산규모 10대 그룹의 2011년도 매출은 9461조원, 우리나라 GDP의 77%이다. 삼성그룹 2708조, 현대차그룹 1558조. 2002년 53.4%에 비해 10년 사이 무려 23.1%포인트가 늘었다.

기업이 돈을 벌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적절한 과정과 과정에서의 방법, 민주적 사고와 사회적 책임의식 결여, 인본적인 사고와 행태의 부재 등이 문제다.

두 번째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빈곤층은 고사하고 그래도 사회의 허리를 형성하는, 사회의 중심축인 중산층조차 무너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92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란 보도는 한참 지난 것이다.

순자산과 가계마진이 모두 적자(마이너스)인 가구가 31만가구, 이들의 부채가 35.5조원이다(LG경제연구원).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 쉽게 접하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41.8%이다. 빚을 갚지 못한 결과는 결국 피땀으로 만든 보금자리를 경매로 넘기는 사태로 이어진다.

수도권 2008년 아파트 경매건수가 7439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1만5679건으로 110.8%나 늘었고, 추세 자체가 증가이다(LG경제연구원).

세 번째는 청년 일자리 부족이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버지가 자신의 일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은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이 2012년 7월 현재 7.3%인데 불완전 취업을 포함하면 실제는 26.1%, 숫자로 보면 110만1천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도처에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많다. 이제는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족이 증가하고 있다. 활력이 넘쳐야하는 우리의 미래가 안타깝고 어둡다.

네 번째 사회가 불안하다. 도대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의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대상 성범죄는 2002년 600건에서 2011년에는 무려 6배 이상이 증가한 2054건이다.

살인 등의 흉악범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정말 거론하기 싫지만 7년 연속 OECD 최고치를 이어온 자살률, 2011년을 기준하면 매일 43.6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살만한 세상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OECD 2.5배만큼이나 우리나라에서 살기가 버겁다는 이야기인가.

다섯 번째 온통 사회가 1등만을 알아주는, 초 경쟁의 용광로에 갇혀 있다. 경쟁과 평가, 그에 상응한 결과만을 숭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니 어디에서든 화해와 협력을 찾기 어렵다. 인본주의 사상을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고, 지켜주고 추구해야하는데 모든 것은 물질로 능력으로 재단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등한시되어 왔다. 다른 많은 문제가 있지만 이 문제 역시 지난 정부에서 경시되어온 중대사이다. 뭐든 먹고 나서야 가능하다. 지금 세계 도처에 기아와 영양부족인구가 20억을 넘고 있다.

2050년대에 가면 90억명이 지구에서 먹고살아야 하지만 필요한 식량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30%이하이다. 걸핏하면 세계 곡물시장의 파동을 거론하지만 그때뿐이다.

과거 7~8년 주기의 국제 곡물파동이 이제는 2~3년마다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감각이 무덤덤해진 것은, “부족하면 사다 먹지”와 같은 시장중심의 사고 때문이 아닐까.

시장개방의 대표 명사인 FTA, 노인 일자리 문제, 저출산 문제, 다문화 가정의 문제,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복지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일거에 경제민주화로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지 않은가. 거대한 담론의 저변을 살펴보면 역시 사람 문제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보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만든 것도, 해결해야하는 주체도 결국 사람이다. 인본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배려와 역지사지의 태도, 행동이 시장경제에서 강화될 때 경제민주화는 이뤄질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 중시되는 사회, 그런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는 시장경제가 아니고서는 지금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경제민주화’에 희망의 끈을 묶어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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