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구입가격 투입재지수는 작년대비 2% 감소할 듯
2016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크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의 경제성장율을 3.1%로 제시하며 ‘희망의 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2%대를 제시하며 ‘잿빛’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 한국경제연구원은 2.6%, 심지어 LG경제연구원은 2.5%를 제시하며 힘든 한해를 예고하고 있다.
정유·화학·조선·중공업 등 국내수출을 주도하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다운사이징’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도 소득의 정체 내지 감소를 감안하여 삶의 ‘다운사이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투자·저소비라는 5저 시대에서 우리 농업도 불안한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투자·저소비, 모든 것을 줄이는 시대
먼저 우리농산물의 소비감소 및 가격하락 우려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이 얼마 전에 지났지만 많은 농업인들은 대목의 기분은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의 과일풍년의 영향도 있겠지만 소비량이 크게 늘지 않았고 가격도 예년만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쌀은 예년대비 10%, 과일은 20%정도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이달초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유통업계의 올해 최대 이슈는 ‘농식품의 소비 감소와 가격 하락’이라고 한다. 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농식품의 소비감소는 물론 이에 따른 농산물의 가격하락과 농가소득 불안정의 우려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 사회경제의 침체와 소비자들의 소득 감소는 농산물의 구매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농산물의 판로 어려움과 농가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고, 또한 농가의 생산투자 축소·농자재 구매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올해 농자재업계도 쉽지않은 한해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값싼 무관세 수입농산물이 식탁 점령, 우리농산물 가격 폭락
가뜩이나 우리농산물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농산물의 증가는 우리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과일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의 직격탄을 맞았다. 포도와 오렌지, 키위를 중심으로 수입과일들이 FTA 관세인하 혜택을 톡톡히 보며 국내시장을 잠식했다. 관세청자료를 따르면 포도, 오렌지, 키위, 망고는 지난해의 수입량이 전년대비 10.6%, 13.6%. 21.6%, 27.1%씩 증가했다. FTA 개방 1세대 품목이라 할 수 있는 칠레와 페루산 포도는 재작년과 작년 관세가 모두 사라졌으며, 체리 역시 미국·호주·뉴질랜드산이 지난해 무관세화되었다.
관세철폐로 우리의 중요 과일들은 전세계의 값싼 과일들과 생존의 경쟁을 펼치게 되었으며, 향후 무관세 과일들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농가인구·농지면적 감소세 계속, 농자재시장 기반 계속 축소 농가인구 및 농지면적 역시 최근의 추세대로 계속 감소할 전망이어서 농자재시장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지난해의 농가호수 및 농가인구는 107만가구, 261만명으로 전년대비 5만명 감소하였다. 1995년 485만명의 거의 절반으로 감소한 수준으로서 총 인구 중 농가인구비율은 5.1%에 그치고 있다. 올해에도 약 6만명 감소하여 254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가인구 중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는 농림업 취업자는 지난해 138만명, 올해는 약 4만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지면적의 감소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2015년의 경지면적은 171만 1000ha로 전년대비 1.1% 감소하였으며, 올해에도 약 1%정도 감소하여 169만 5000ha에 그칠 것으로 보여진다. 작물별로는 쌀을 포함한 곡물류가 전년 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보여지며, 그 외 배추·무·고추 등의 채소류도 감소할 전망이다. 과일류는 사과·복숭아는 다소 증가할 것이지만, 배·포도·감귤·단감은 감소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경지면적의 감소는 농자재가 투입되는 기반자체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농자재시장에는 계속적인 악재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2015년 농가가격지수, 종자·비료 등 대부분의 농자재 하락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농자재 시장의 정체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2010년의 농가가격지수를 100으로 기준하였을 때 2015년 농가가격지수는 109에 그치고 있다. 2014년 대비 0.6% 상승한 지수이며, 2010년 기준 5년동안 9% 상승한 것이다. 2015년의 국가경제 성장율 2.6%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성장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0.6% 상승도 그 내역을 보면, 가계용품이 1.3%, 농촌임료금이 4.4% 상승한 것일 뿐, 종자·농약·사료 등으로 구성된 농업용품은 1.0% 하락하였다. 영농광열이 -28.9%로 가장 많이 하락하였고, 그 외 종자(-4.7%)·사료(-4.0%) 등도 크게 하락하였다. 비료도 0.5% 하락하였다. 그나마 농약이 신제품의 출시로 5.7% 상승하였고, 일반 농기구가 2.2% 상승했을 뿐이다.
2016년 투입재지수는 작년대비 1.7% 감소, 농자재시장은 역성장?
농촌경제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2016년 농업전망’을 따르면 올해의 농자재시장은 ‘정체’에도 미치지 못하고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농가구입가격 중 투입재의 지수가 2015년 111에서 2016년 109.3으로 1.7%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종자 0.9%, 비료 4.9%, 농약 0.2%, 영농광열 8.0%, 영농자재 2.6% 하락으로 전망되었다. 농기구만이 0.8%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각종 자료와 실물경제에서 올해의 어려운 농자재시장이 예견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도 당분간 뚜렷한 호전국면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기계업계는 지난해 농기계 교체주기를 맞아 전년대비 농기계판매금액이(정부 융자지원액)이 약 19% 증가하였다. 하지만 올해는 농기계 교체 및 신규 구입수요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티어포 엔진을 채택한 농기계의 가격이 최대 30%까지 오른데다 2015년 쌀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등 구매 여건이 좋지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총매출액이 약 5%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종자업계 역시 올해도 정체가 계속 되리라는 전망이다. 경지면적의 감소와 지난 2년간의 채소값의 하락 등으로 볼 때 내수시장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수출부문에서 골든시드프로젝트사업이 서서히 본 궤도에 오르고 있어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와 노루페인트의 시장참여로 업계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약업계는 지난해에 유례없이 긴 가뭄이 이어진데다 태풍도 없어 병해충의 발생이 예년대비 적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엘리뇨의 영향, 따뜻한 겨울날씨, 그리고 기상청의 평년대비 고온 전망 등으로 볼 때 병해충이 작년대비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