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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농'의 자화상] CJ든 LG든 '제2의 동부'는 안된다

진정한 농산업 리딩컴퍼니로 거듭나는 원동력 기대


국내 농업기업의 대표 격인 ‘동부팜한농’에 대한 인수전이 곧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는 CJ 또는 LG그룹 중 한곳이 오는 5일 최종 인수그룹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국내 최고 재벌그룹의 농자재산업 진출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 농업계는 다시금 우려와 더불어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대자본의 투입을 통해 농업 및 농자재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지, 아니면 ‘제2의 동부그룹’이 돼서 또다시 우리 농자재산업을 ‘먹잇감’으로 삼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농기자재신문》에서는 ‘동부팜한농’의 매각을 계기로 국내 농자재산업 전반의 현상과 향후 역할 및 발전방안에 대해 시리즈로 제언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동부로 간 ‘한농 20년’은 ‘그룹적자 해결’의 역사”
“농업관련 산업까지 재벌의 먹이가 된다면 누가 우리의 농업을 지키겠습니까?”
지금부터 20년 전인 지난 1995년 3월, (주)한농의 주주총회가 끝난 후 전국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주)한농 및 계열사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 위원회’의 성명서 제목이다.


1995년 2월 28일 (주)한농의 주주총회에서는 그동안 한농의 주식을 조용히 확보해 온 동부그룹이 당시 대주주의 일부 구성원들과 합세해 (주)한농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에 한농 대주주 및 경영진 그리고 2천여 임직원들은 재벌그룹의 한농 인수를 반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명서 및 신문광고를 통해 재벌그룹의 경영권 찬탈을 고발하는 등 재벌그룹의 농산업 진출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동부그룹의 편법적 주식확보 과정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재벌그룹의 농산업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였다.


동부그룹은 당시 계열사 4곳을 통해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주)한농의 지분을 암암리에 17.88%를 매집했다. 증권거래소의 한농 인수 목적을 묻는 공시요구에도 동부그룹은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농의 대주주 및 경영진의 소송에도 불구하고 ‘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다만 허위공시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담당임원 해임권고라는 관대한 처분만을 받게 된다. 결국 동부그룹은 법적으로 볼 때 위법성은 비켜 갔으나 허위공시를 토대로 적대적 M&A를 진행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윤리적 비난은 비켜가지 못했다. 되짚어 보면 작금의 동부한농 사태를 예견하는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비상대책위가 지적한 또 하나의 우려는 재벌기업의 농산업 진출에 따른 ‘농업기업의 말살’이었다. 당시 한농은 1953년 창사 이래 농약을 기반으로 농약원제, 종자, 영양제, 동물약품 등 농업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던 회사였다. 물론 농산업계, 특히 농약업계는 한농을 위시한 대다수 생산회사들이 기업이익 대비 농업·농민·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가 지극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으나, 한국농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며 나름대로 그 역할을 자처해 왔다.


하지만 동부그룹으로 넘어간 ‘한농의 역할’은 지난 20년의 역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농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그룹의 수익 향상을 위해 철저히 ‘충성’하면서 농업전문기업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당시 비상대책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동부’ 이전 ‘한농’은 농업기업의 리딩컴퍼니
동부그룹으로 넘어갈 당시 (주)한농의 사업군은 농약제조업체인 한농을 비롯해 한농종묘, 한정화학, 한정약품, 한성식품, 영일산업, 한농화성, 유니코화학, 양지통상, 한농아데카, 한농포리머, 코락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둔 농업기업의 ‘리딩컴퍼니’였다. 하지만 ‘동부-한농’의 20년은 확연히 달랐다. 현재 농약사업을 근간으로 정밀화학(당시 한정화학), 종자 비료 상토(당시 한농종묘), 동물약품(당시 한정약품)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다수의 사업분야는 ‘입맛’에 따라 사업을 접거나 또는 농산업 이외의 투자를 위해 매각하는 수순을 밟아 왔다.


물론 동부팜한농의 입장에서 보면 옛 (주)한농 계열사 중 농업발전 기여도가 낮은 사업체를 정리한 대신 농산물 생산(동부팜), 천적곤충(동부팜바이오텍), 음료식품(동부팜가야), 바이오소재(동부팜PFI) 등의 신규사업 진출을 통해 농업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 진출한 이들 분야 역시 기존업체를 M&A해 막대한 판매차익을 남긴 뒤 되팔아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는 단 한곳도 없다. 다수의 농업계 관계자들은 일련의 동부그룹 행보에 대해 “동부하이텍에서 분리한 동부팜한농의 신규상장을 목표로 사업다각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M&A를 했을 뿐이지, 결과적으로 보면 그 어디에도 농산업발전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75년 상장(上場)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농업전문기업의 면모를 갖춰왔던 ㈜한농은 1995년 동부그룹으로 넘어간 뒤 20년을 거치면서 ‘그 때보다 나아진 것 하나 없이 껍데기만 남았다’는 혹평에 노출돼 있다. 당연히 ‘상장회사’라는 타이틀도 잃었다. 그 과정에는 잦은 사명변경의 속사정도 있다. 1995년 동부한농화학(주), 2006년 ㈜동부한농, 2007년 동부일렉트로닉스와의 합병을 통해 ㈜동부하이텍, 2010년 농업부문만 분리해 ㈜동부한농, 그리고 2012년 지금의 사명인 ㈜동부팜한농으로 계속적인 사명변경이 이뤄졌다.


특히 2007년 동부하이텍과 2010년 동부한농 사명변경의 과정에는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농산업계 내·외부에서는 이를 두고 “수익구조가 탄탄하고 상장회사였던 (주)동부한농에 적자를 면치 못하던 동부일렉트로닉스를 얹어 사명을 ‘동부하이텍’으로 바꾸더니, 그리고 합병 3년 후 사명만 동부하이텍으로 유지하면서 농업부분을 떼어내 분사한 것은 적자회사를 상장회사로 만들고 알짜회사는 비상장회사를 만들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더불어 “알짜회사의 이익을 적자회사의 실적 물타기에 활용하고, 더 나아가 알짜회사의 자산을 적자회사에 넘겨주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지적이다.


비근한 예로 동부그룹 인수 이전부터 (주)한농의 고정자산이자 노른자위 부동산으로 불렸던 인천공장을 비롯해 봉담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자산가치가 기대이상으로 높아진 정남중앙연구소 부지매각 대금은 과연 농약제조 및 연구개발을 위해 재투자 됐는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매섭다.   


잘나가는 농약사업에도 ‘적자 또 적자’
뿐만 아니라 동부그룹은 (주)한농 인수 이후 동부화학과의 합병을 통해 비료사업의 적자를 덜어내고, 1997년에는 석고보드사업의 적자도 농약사업이 대신 떠안는 등의 경영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 동부팜한농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 “IMF 때에는 석유사업의 적자를 짊어졌으며, 이후 석고보드사업부의 매각을 통해 한숨 더는가 싶더니 2000년에는 동부산업의 적자사업인 합금철사업부(현 동부메탈)를 인수해 다시금 ‘적자 메우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동부그룹의 적자사업 ‘해결사’ 노릇을 하던 농약사업은 2007년 동부그룹의 최대 적자회사인 동부일렉트로닉스와의 합병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동부일렉트로닉스와의 합병(동부하이텍) 이전의 ‘동부한농’ 재무상태는 안정적이었다.

증권회사의 크레딧 분석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2005년과 2006년의 매출은 각각 1조 152억 원, 1조 735억 원에 영업이익 329억 원, 206억 원이었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이 출범한 2007년 매출은 1조 3722억으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53억 적자로 돌아섰다. 2년 뒤인 2009년에는 영업이익의 적자가 무려 1304억 원에 달했다.


경상이익도 마찬가지로 합병 전인 2005년 137억 원 흑자에서 합병 첫해인 2007년 169억 원 적자, 2009년 176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판매관리비의 큰 증가도 문제겠지만 금융이자도 크게 증가, 2005년 327억 원에서 2009년 1714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 결과로 동부하이텍에서 분리된 2010년 이후에도 ‘동부한농’은 이미 자생력을 잃은 상태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3년과  2014년 당기순손실(적자)은 각각 337억 원과 567억 원이다. 두 해의 금융비용은 각각 421억 원, 493억 원을 기록했다.


동부팜한농의 현 부채규모는 총 8917억 원이다. 회사의 자산 규모가 크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부채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에 반해 197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한농은 1995년 동부 인수 때까지 적자를 기록한 해가 단 한해도 없었다. 그런 (주)한농이 동부로 넘어간 이후 그룹의 회사운용 정책에 따라 큰 폭의 적자를 거듭해오다 현재는 9000억원 빚더미에 깔리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른 것이다.




계열 분리 이후 적자에서 흑자로
동부팜한농은 지난 5월 채권단의 요구에 의해 동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딱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지난해까지 적자를 거듭하던 동부팜한농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4260억 원에 영업이익 637억 원, 당기순이익 362억 원으로 좋아졌다. 지난해 연말 기록한 ‘매출 6240억 원, 영업이익 148억 원, 당기순이익 567억 원 적자’라는 성적표와 비교해 괄목할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계열 분리 이전과 이후의 실적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동부팜한농을 주시하는 농업계의 다양한 관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동부그룹이 농산업계에 진출한 이후 20년 동안 과연 기업의 사회적·공익적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농업발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새로운 ‘한농’…진정한 리딩컴퍼니 역할 기대
그렇기에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동부팜한농에 쏟아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CJ그룹이든 LG그룹이든 어느 기업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하더라도 우리 농업계 입장에서 보면 다시금 대기업이 농산업에 진출하는 것 이외의 시각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농업계는 ‘한농’의 새 주인 만큼은 ‘제2의 동부그룹’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대자본의 유입을 통해 농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더 나아가 우리농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CJ제일제당이나 LG화학은 기존의 사업부문과 동부팜한농의 사업부문을 결합한다면 우리 농업발전을 위한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기업이미지와 조직 및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농업분야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충분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LG, 원제개발 및 대형 제너릭 원제사로 변신 가능
먼저 LG그룹이 인수했을 경우를 보자. 현재 동부팜한농의 주요사업은 작물보호제(농약), 비료, 종자 등 3가지 분야로 국내시장에서 농약은 2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료와 종자도 점유율 19%로 2위를 마크하고 있다. LG그룹이 동부팜한농 인수에 적극적인 까닭도 이 같은 사업부문에 그룹 내 LG생명과학의 농약원제 개발 경험 등을 결합해 시너지 및 신성장사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양사의 원제개발 경험을 토대로 신물질 개발 및 대형 제너릭 원제사로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또 LG는 해외 원제판매 경험 등을 바탕으로 농약사업의 해외진출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동안 LG생명과학은 3가지 고유 신물질 원제인 제초제 ‘피안커’와 ‘플럭소’, 살균제 ‘가디언’을 발명 및 개발해 냈다. 또 미국 EPA에 등록된 살충제 퍼메쓰린을 비롯해 에스펜발러레이트, 이미다클로프리드, 펜시쿠론 등 다양한 합성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동부팜한농 역시 살충제 ‘비스트리플루론’과 제초제 ‘메타미포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LG는 현재 원제생산 공장과 위생해충구제제 및 의약품생산 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동부팜한농의 국내 농약시장 점유율 27%를 50~60%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마케팅 및 판매 부문에서도 ‘한농’의 국내 농산물 주요생산자 리스트와 전국 14개 지점 170여 명의 영업인력을 활용하고, LG의 해외 원제판매 경험과 글로벌 마케팅 전개 능력을 상호 접목한다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CJ, 농산물 구매력 앞세운 농자재 직거래망 구축 용이
CJ그룹도 다르지 않다. CJ는 현재  CJ브리딩(종자개발)을 비롯해 CJ프레시웨이(식자재유통-전국 400개점), CJ제일제당 바이오(사료&식품첨가제),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료), CJ대한통운(종합물류) 등의 농업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CJ브리딩과 동부팜한농의 접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는 농약사업부문에서 볼 때 원제개발 경험이나 생산능력이 없어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으나, 계약재배 등의 농가 직거래 농산물 구매사업을 배경으로 농자재 일관 납품 및 CJ대한통운 등과 연계한 전국 종합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농가단위 농자재 납품을 주도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한해 1조원(2012년 기준 7700억 원, 2015년 목표 1조7000억 원)이 넘는 농산물 구매력을 바탕으로 농가 또는 작목반 단위 농자재 직거래 망을 넓혀 나갈 가능성이 높다.



농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와 역할 절실
이제 새로운 ‘한농’의 탄생은 분명해 보인다. CJ그룹이든 LG그룹이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그룹이든 다시금 농산업계에 대기업이 진출한다는 명제는 뚜렷해졌다. 그렇기에 ‘한농’을 보듬는 새 주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농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참된 기업’이길 농업계는 절실히 바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농산업, 특히 농약업계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직간접적인 요구를 뿌리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작금의 ‘동부팜한농 사태’가 동부그룹만의 문제냐는 물음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농약업계는 동부그룹이 들어오기 이전이나 이후 60여 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변변한 원제개발이나 합성기술도 없이 글로벌 원제회사에 기대어 부를 축적해 왔다는 비난을 되받아칠 수 없는 형편이다. 비슷한 역사를 가진 일본 농약산업과 비교해 보면 그 지적은 더욱더 자명해진다.


아울러 농자재 유통의 양대 축인 농협계통이나 시판조직도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볼 기회다. 관련기관 역시 농산업 발전을 위한 사명감과 더불어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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